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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Dec 16. 2022

 제주 여행과 카페 (머스크)

여행의  끝자락 제주 화북동 카페

  갑작스레 떠났던 1박 2일의 제주 여행, 처음으로 친구들과 1박을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평소 여행을 떠나면 꼼꼼하게 시간과 동선, 볼거리 먹거리를 계획하고 떠났던 것과 달리 친구 여섯 명이 제주에 도착하는 시간도 떠나는 시간도 다르고 시간 되는대로 여유롭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밥 먹고 차 마시고 바다를 보며 웃고 떠들다 각자  주어진 시간따라 바람따라 가는 여행이었습니다.

 제주를 지나는 바람처럼 가고 오는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긴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언제일지 어디일지는 모르는 것처럼.

 처음에는 직장에 연가를 내고 함께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아무래도 부담되어 저는 못 간다고 했다가 1박 2일만 하기로 했고, 다른 친구들은 하루나 이틀 먼저 제주로 떠나고 서울로 돌아오는 시간도 제각각인 여행이었습니다.

 먼저  제주에 도착한 친구들은 이호테우해변을 따라 도두봉에 오르고 용연 다리 등을 걷고 로스트 앤 헤븐이라는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짧은 일정에 알차게 보내고 싶어 토요일 새벽에 집을 떠나 제주 공항에 8시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비행기 좌석이 창가여서 해 뜨는 모습을 온전히 바라보며 제주에 도착하니 한라산과 여명의 고운 빛이 나란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만 해도 이번 여행에 더 바랄 것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제주 공항에 마중 나온 친구들과 해변 앞의 '수빈이네'라는 집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수제비 매운탕을 먹었고 저는 전복 뚝배기를 먹었습니다. 맞은편에서 해물라면을 먹는 친구가 홍합을 모두 저에게 주어 푸짐한 식사를 했습니다.

 동행친구의 지인이 하는 로스트 앤 헤븐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마신 커피 한잔이 참  깊고 여유로웠습니다.

 어제까지 바쁜 학기말 업무에 머릿속에는 부담이 가득했는데 타고 온 비행기에 무거운 짐은 모두 내려놓고 제주 바다를 보며 제주 내음를 맡았습니다 .

 제주도를 계절마다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한 8년 만이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예전과 달리 제주의 여행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고 이제는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도 다른 것 같습니다. 제주는 그 모든 주제의 여행을 감당할 만큼 볼거리와 먹거리,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가득한 곳이지요.

 우리의 이번 여행은' 바람에 시간을 맡기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저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름, 그것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름을 가고 싶어서 조천읍에 있는 '거문오름'을 출발 전 날 예약하였습니다. 반드시 가이드와 함께해야 갈 수 있는 분화구를 지나 세 시간가량을 걸었습니다. 곧게 자란 삼나무 길을 지나  오름 끝자락에 있 억새와 현무암 돌담이 있는 길이 인상 깊더군요.

 공룡의 먹이였다는 양치식물과 삼나무 잎, 이끼가 가득한 고요한 녹색의 숲에 간간이 보이는 천남성 열매가 붉은색으로 맺혀 이정표 같았습니다.

 오름을 내려와 동백동산에 갔는데 날이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지, 아직 동백은 피지 않았다고 해서 귤나무 몇 그루를 보고 돌아섰습니다.

 친구가 추천하는 카페 콜로세움에서 여유롭게 카페라떼를 마시고 저녁은 예약하기 어렵다는 용담공원 근처 이스방 한상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다 바다를 보려고 나왔더니 커다란 왜가리가 무심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우리 동네 왜가리는 해가 지면 어디론가 돌아가는데 밀려오는 바닷물에 당황하는 것 같기도 한데 자리를 뜨지 않고 한참을 바닷가에 잇는 왜가리가 몹시 안쓰럽더라고요.

 둘째 날, 숙소 옆에 올레길 코스가 있었지만 먼저 출발하는 친구가 있어서 바닷가 앞에서 사진만 좀 찍은 다음 길을 떠났습니다. 서귀포 표선해변 가까운 소노캄이라는 숙소의 정원에는 동백이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올해 1월 제주의 동백 소식을 듣고 보고 싶었는데 친구들과 송년회도 하고 난 12월에 동백을 만나니 마음이 벅차고 행복했습니다. 한 해의 시작을 동백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했는데 한해의 끝에서 동백을 만나니 참 벅차고 감사한 일입니다.

 12월에 핀 동백은 겨울꽃 같은데 내륙에는 3,4월에 피니 동백은 겨울꽃이자, 봄꽃입니다.

  곧 1월이 시작되면 동백이 제주 곳곳을 붉게 물들일 것입니다.  한해의 끝과 시작을 잇는 동백을 보니

 한 해의 시작과 끝도 동전의 양면처럼 가깝다는 것이 실감 납니다. 어쩌면 시작과 끝은 그냥 평범한 하루하루의 연장일 뿐입니다.

 성산 일출봉을 멀리 바라보며 해왓이라는 갈치조림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오후 2시 30분 비행기로 떠나는 친구를 먼저 공항에 데려다주고 나머지 친구들은 생갈비로 점심을 먹고 또 한 팀을 보내고 남은 친구 셋이 제주 화북포구로 향했습니다.

 조용한 제주 어촌마을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걸으니 방파제가 보이고 한쪽 끝에 붉은 등대가 서있습니다. 방파제 넘어까지 파도에서 흩어지는 물방울이 세게 올라와 얼굴에 닿습니다. 그 물방울들이 저 멀리서 달려온 바다가 제게 내미는 손길처럼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너무도 짙은 청록색 물결과 파도가 시원합니다. 마지막 코스 제주의 파도를 가슴 속까지 맞고 돌아섰습니다.

 저는 저녁 6시 30분 비행기여서 남은 시간 잠시 화북 가까이 있는 카페를 검색했습니다. 

그곳이 'musk'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카페가 자꾸 생각납니다. 여행의 끝 피로한 몸을 맡긴 곳이라서 그럴까요?

 함께 갔던 친구 두 명이 카페를 해보고, 현재 경영하는 친구인데도 그 카페 인테리어와 바리스타의 모습을 인상 깊게 보더군요.

 저는 커피는 충분히 마셨다고 생각해서 '쿠스미 러블리 나이트'라는 차를 주문했습니다. 허니 부쉬와 루이보스가 있는 디카페인 차인데 달달하면서도 맑아서 좋았습니다. 남색의 다기도 마음에 들더군요.

 두터운 나무 테이블과 의자, 검은 색조의 인테리어 재질과 돌이 적절히 조화되고, 카운터 아래 검은 현무 앞 같은 돌받침이 인상 깊었습니다. 테이블도 자리에 따라 형태가 자유로우면서도 조화된 모습이 모두 좋았습니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오랫동안 찾지  않은 항공사 아이디와 비번을 찾고 이제는 좀 더 가까이 제주를 느껴보려 합니다.

 여행을 마치고 오니 누군가 어디가 제일 좋았느냐고 하는데 바로 떠오르지가 않더군요. 많이 웃고 함께 걷고, 먹고 느긋했던 시간,

어쩌면 이것이 제주의 빛깔일까요, 화려하지 않지만 세련된, 변함없는 듯 수용하는 현무암이 가득한 제주.

 성산 쪽의 맑고 짙푸른 바다, 화북포구 쪽의 청록색 바다, 이호해변, 카페 콜로세움, 현애원의 동백과 카페 이스틀리 모두 좋았지만, 마지막 들렀던 카페 머스크가 가장 인상 깊게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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