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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마음을 읽고 마음을 전하다.
친구에게 책을 받고 나도 책을 전하며 친구와 나, 작가의 마음을 잇다
by
우산
Jan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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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 시간 정도를 출퇴근 시간으로 보내며 학생들에게 늘 독서하라고 하는 나는 책을 읽고 글도 쓰지
못한 지 한참이 되었다.
퇴근해 와서는 저녁을 먹은 후에 읽을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른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그냥 누워 TV를 보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할 일 생각에 눌려 편하지 못하게 한두 시간마다 깨었다가 눈감고 서너 시간도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신문에 게시했던
글을 보니 그때는 밤새 앉아 원고를 쓰고 수업 준비를 했어도 다음날 피곤한 지 모르고 살았는데 지금은 못하네 하는 아쉬움이 든다.
틈나는 대로 산책도 많이 하고 걸으며 생각을 다듬고 글을 구상했다.
올해는 기도하고 책을 좀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책꽂이를 뒤적거리다 문득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온다.
몇 년 전 친구가 준 책이다.
친구는 교사를 하며 시를 쓰는 국어 선생님으로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알고 이 책을 주었다. 문예 활동을 하는 교사들의 글을 모은 책이었다.
나는 한 권 안에 연결된 소설도 때로는 뒤나 중간을 먼저 보기도 한다.
이번에도 책의 뒷 면부터 읽었다.
글도 사람도 만남이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받고 오랫동안 읽지 못했는데 이렇게 뒷면부터 펼쳐 든 책에서 내 마음을 똑같이 그려놓은 글귀를 만났다.
베트남 달랏에서 한국어과 교수로 계신 교수님의 글 중 일부 요약이다.
「가르치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을 좋아하고 수업의 조력자이다.
교사는 소통을 잘하는 인품의 소유자여야 한다. 학생들을 격려하고 돕는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수업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은 중시돼야 한다. 교재의 활자가 살아 움직이는 언어로 사용되는 현장이 수업시간이어야 한다.
자기 주도성이 낮은 학습자들에게 모둠을 짜고 발표를 시키는 것도 필요한데 이들이 삶을 돌아보고 발로 뛰어다니며 얻는 지식도 의미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한다.」
늘 이런 마음으로 수업을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이런 내용을 만나니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고 실천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이 허하고 집중이 잘 안 되는 때에 내 생각과 똑같은 글을 읽으니 찌뿌둥한 몸을 깨끗이 씻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계속 글을 읽어 갔다.
그다음 읽은 글은 어느 선생님의 동백에 관한 글이었다. 어느 날 동백꽃에 반해 동백을 찾아다닌 이야기였고 생활 속에서 동백처럼 소중한 것을 발견한 이야기였습니다.
어쩜, 나도 몇 년 전에 동백을 찾아 선운사로 오동도로 찾아다닌 기억이 났다. 창경궁 식물원의 동백을 보고 와서 어설픈 시를 쓰기도 했었다. 제주도에 가서 만개한 동백을 만났다.
파랑새를 찾아 여기저기를 다니다 집에 와서 행복의 파랑새를 만난 동화처럼 동백을 찾아다닌 후 어느 날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도 몇 그루의 동백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을 보고 무척 행복했었다.
작년에 근무한 학교에도 동백 한 그루가 봄에 곱게 꽃을 피운 것을 보았다. 아이들과 다른 선생님들에게 교정에 동백이 피더라고 전해주었다.
마음이 없으면 있어도 보이지 않으니 학교에서는 한창 바쁜 3,4월에 피고 지는 동백은 소리 없이 교정에 폈다가 지고 교사와 학생들의 마음에 지나가지 못했나 보다.
나의 말을 듣고 '어머! 그래요?' 하는 동료 교사들이 반가워했다. 학생들도 이름을 알려주니 아, 하고 반가워했다.
이 책을 전해준 친구는 동문 모임에서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데 책은 여러 권 받았다.
이제야 친구가 전해준 책을 통해 친구의 마음을 만났고 작가들의 마음을 만났다.
얼마 전 자유롭지 못한 상태의 친구를 만나 나태주 님의 시집을 전했다.
여러 해 전에 사서 읽고 갖고 있던 책이었는데 지금은 그 친구에게 더 위안이 될 것 같았다.
오랜만에 쓴 종이 편지에 나태주 님의 '겨울 차창'이란 시를 적어 보냈더니 친구는 매일 읽으며 외우고 있다고 했다.
엊그제 그 친구를 만나 갖고 있던 나태주 님 시집을 전해 주었다. 표지로 디자인된 여러 장의 겹친 종이도 전달되지 않는 곳이라 표지는 떼고 전했다.
친구를 편하게 만날 수는 없어도 시집을 통해 시인도 만나고 책을 전해준 내 마음도 만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책이 있고 책을 읽고 전하는 것은 결국 내 마음과 글을 쓴 작가의 마음도 전하는 일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마음과 책, 독자, 이렇게 마음을 잇는 작가가 되고 싶다.
#시인#시집#나태주#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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