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행

마음이 만나서 길을 걷고 함께 걸으며 길을 만나다

by 우산

몇 년 전 서울 성곽길을 걷자고 해서 대학 동기들을 처음 만났다.

다양한 전공의 친구들이 다양한 각자의 삶을 살다가 봄가을로 둘레길 걷기를 한다.

대학을 서울에서 다녔지만 거주지와 직장이 수원인 나는 2000년대 이후 변화한 서울의 모습은 이 친구들과 걸으며 두루 보게 되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정동길, 덕수궁, 돈의문 근처의 문화 유적과 깨끗하게 정비된 길을 걸으며 서울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80년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을 추억했다.

춘천, 군산, 부안, 수원 등을 걸으며 문화 해설사 못지 않은 전문 지식을 갖춘 친구들의 설명을 들으며 함께 걸은 날들이 의미있는 인생이 되고 추억이 되었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노력하여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신약과 여러 신제품을 만들고 환경 보전과 개선, 행복한 생태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친구들로부터 세상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새로운 배움의 시간이 된다.


이번 가을 여행에서는 10명의 친구들이 대부도 탄도항 해안길과 선재도 드무리 해안길을 걸었다.

너무도 길고 힘들었던 여름을 지내고 만난 우리는 함께 걸으며 하늘과 바람과 바다의 위로를 받았다.

수도권이 가까운 바다라도 대교로 연결되어 하루 만에 너른 바다와 하늘을 마음껏 보고 걸을 수 있었다.

대교는 누군가의 마음과 노력이 각자의 흩어진 인생길을 연결해 주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추억을 연결해 주었다.

그날의 여행 끝무렵에 선재도에서 펜션과 글램핑장을 운영하는 한 친구를 만났고 우리의 여행은 더 풍성해졌다.

바다로 열린 카페 문만큼 마음을 열고 새 친구를 만나고 친구도 마음을 열고 우리에게 왔다.

그 친구의 마음은 우리의 점심에 맛있는 아귀찜을 더해 주었다.

식당 앞에는 진달래 색과 같은 색깔의 꽃잎을 가진 루엘리아가 곱게 피어있었다.

루엘리아의 꽃말은 신비로움, 상냥함과 인내, 마음의 여유라고 하는데 그날 처음 만난 친구의 모습과 같았다.

그리고 그 친구와 우리 일행은 드문리 해안길을 함께 걸었다.

아침 일찍 한 친구가 일정이 있어서 떠났고 새 친구가 합류하며 10명의 일행은 새 길을 함께 걸으며 새 길과 추억을 만났다.

하늘도 바다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날 바다 바로 앞으로 넓은 문이 열린 친구의 선재도 카페로 다시 돌아와 다음을 기약했다.

하루하루 살아감에 시린 날과 뜨겁고 아픈 날도 많지만 모임에서 친구를 만나며 모래벌판을 지나는 부드러운 바닷물 같은 위로가 되고 초가을 바람 같은 에너지가 된다.

이제 건강을 염려해야 하는 나이에 몸도 마음도 건강을 유지하며 행복한 만남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갯벌에 작은 숨구멍 사이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작은 참게의 움직임을 함께 바라보며 함께 웃는 시간이 계속되길 바란다.

#대부도#선재도#친구#여행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