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엄마마저도 자기중심적이고 딸에게 사채빚을 넘기고 딸을 이용해 돈 벌 궁리만 하는 최악의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김영란이라는 인물입니다.
전여빈 배우가 세상에 태어나 기쁜 경험 없이 희망 없이 살아가는 김영란의 역할을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경호원으로 살아가던 어느날 경제적으로만 이익이 될 수 있는 인생역전의 제안이 들어옵니다. 어마어마한 사채빚에 허덕이던 그녀는 큰 돈이 생기는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거의 40년의 나이 차이가 있는 재벌 회장과 결혼하여 재벌 회장의 의붓자식들이 재산 상속을 못 받게 하는 것이지요. 많은 위험이 따르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도 받습니다.
그 드라마에서 재벌 회장과 김영란을 돕는 변호사 '이 돈'이 회장의 자식들이 시킨 사람들에게 잡혀 있던 사무실의 창문에 선팅된 한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 번만 스쳐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오는데 굉장히큰 글씨가 순서가 바뀌어 있으니 거슬리더라고요.
어려운 한자도 아니고 급수로 6급 수준의 글자입니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民민'자가 들어있는데 적어도 드라마 제작을 한다면 누군가는 大韓民國 정도는 읽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드라마 보는데 무슨 상관있을까 상관없는 거 아닌가 할지도 모르지만 작은 거 하나라도 정확해야 하지 않을까요.
민간조사원(民間調査員)이라는 한자의 민간(民間)이 간민(間民)으로 되어있네요.
물론 현실에서도 글자가 틀린 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 스토리나 구성력, 배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난데 소품, 배경에서 잘못된 정보가 제시된다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방송제작하며 저 세트장의 글씨를 본 사람도 많을 텐데 그냥 촬영과 방영이 이어졌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꼬마 도아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할머니가 도아에게 세細발낙지를 사 오라고 했습니다.
꼬마 도아는 '가늘 세細 ' 세발 낙지인 줄 모르고 발이 세 개 달린 낙지가 수산물 시장에 보이지 않자 생낙지 다리를 잘라먹고 다리 세 개만 남기는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서 도아는 네댓 살 된 아이니 귀엽게 보고 지나갈 수 있고 웃음 포인트가 됩니다.
나이가 어린 도아는 할머니가 사 오라는 다리 세 개 달린 낙지가 없으니 만들어서라도 할머니 심부름을 제대로 하려는 꼬마 도아의 노력이 가상할 따름입니다.
심심(甚深)한 사과라는 말에도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어휘력보다 자기 의견 표현이 앞선 누리꾼들이 깊고 간절한이라는 뜻의 심심(甚深)한의 뜻을 모르고 심심한 사과가 성의 없다고 분노를 표출했던 일입니다.
이것을 계기로 문해력 논란이 있었습니다만 기본 한자의 뜻과 음을 학습한다면 아주 쉽게 풀리는 문제입니다.
중학교 학습 한자는 900자입니다. 보통 급수로 따질 때는 1000자가 4급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중고등학교 때는 3년을 꾸준히 한자 학습을 했습니다. 인문계열은 한자Ⅱ도 배웠습니다. 거기에는 우리나라 한문 기록 문학, 역사 자료, 중국 명문 등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중학교 고등학교 3년 동안 중 1년을 학습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중학교 시절만 제대로 학습해도 민간인지 간민인지는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우리말 어휘인데 틀려도 알아보지 못한다면 언어의 혼란과 많은 문제가 발생하리라 생각됩니다.
한자는 중국에서 빌려 쓴 문자지만 한자가 쓰인 국어 단어는 1000년이 넘게 써 온 우리말입니다.
일본도 한자와 히라가나를 혼용하는 상황이라 초등학생 시절부터 한자를 배우고 학생들은 쓰기도 잘합니다. 언제인가 교환학생으로 온 중학생이 한자를 익숙하게 쓰던 것을 보았습니다.
한자로 된 어휘를 이해하려면 한자 학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우리말 어휘를 외국어 취급하면 나중에 독도를 기록한 우리의 역사기록은 누가 이해하고 전할까요. 한문으로 기록된 중요한 문학 작품은 누가 번역하고 그 가치를 규명할까요? 중학교 고등학교 선택과목 중 외국어에 편성된 교육과정을 이제 국어 필수로 선정하여 꾸준히 한문 학습을 해야할 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