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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탐스러운 꽃다발 같은 칼랑코에

by 우산

계절은 겨울을 향해 달려가며 곱게 물든 잎들이 떨어져 나뭇가지는 겸손해지고 땅은 색색깔의 추억이 쌓이는 시간이다. 아름다움, 결실에서 쓸쓸함이 깊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무는 쓸쓸함 외로움 헐벗음이란 단어와 가까워지고 대지의 온도는 10도 5도 1도 0도가 되는 시간, 사람들은 몸속으로 파고드는 추위에 대비하며 마음에도 무장을 하고 두터운 옷으로 몸을 감싼다.

아무리 두텁고 따뜻한 옷을 입어도 마음이 춥고 가난하다면 이 계절을 견디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약간 동향이라 이른 아침 햇살이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수직으로 있는 동이 옆으로 들어오는 해를 가려 오후 2시가 넘으면 직사광선은 들어오지 않는다. 폭염에는좋지만 햇살이 주는 양분은 부족하다.

식물 키우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런 상황이 늘 안타깝다.

지난가을 친정어머니에게 한줄기 피어난 칼랑코에를 드렸더니 올여름 잎이 무성하고 풍요로운 꽃다발이 되었다.

옥상에서 해를 듬뿍 받으니 식물은 자신이 받은 햇살만큼 풍성한 잎을 피워낸 것이다.

우리 집 아이들은 해를 받으려 줄기만 자랄 뿐인데.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다.

큰딸 아이 초등학교 때 학부형으로 만난 분이다.

오늘 예쁜 화분을 들도 왔길래 집에 두려고 산 줄 알았는데 나에게 주려고 집에서 키운 것을 가져왔다고 한다. 칼랑코에인데 그것도 옥상에서 자라 잎도 튼실하고 줄기도 굵직했다. 친정어머니 댁에서 키운 것처럼 잎이 풍성했다.

무성한 잎이 색은 초록색이지만 장미 꽃송이 같았다.

빛만 있 잘 키운 것을 날 위해 가져왔다니 더욱 기뻤다. 번식을 잘한다지만 꽃집에 파는 칼랑꼬에도 이렇게 튼실한 것을 본 적은 없었다.

나도 예전에 살던 집에서 이사를 다니며 알로에 화분을 이웃과 나누고 개업을 한 친구에게 화분을 사다 준 적은 있다. 가끔 기르던 것을 포기 나누어 준 적도 있다.

이렇게 기르던 것을 포기를 늘려 나누어 주는 것은 정성 담은 음식을 해서 나누는 것처럼 좀 더 깊은 마음이 느껴진다.

작년에 같은 교무실에 근무하던 선생님에게 칼랑꼬에 꽃가지를 나누어 병에 꽂아준 적이 있는데 작은 꽃이 오래도록 피고 받은 선생님도 좋아했다.

그 선생님이 요즘 나처럼 화분 나누기를 한다며 식물을 나누는 기쁨이 쏠쏠하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전 나에게 라즈베리 외 여러 가지 베리류를 넣어 만든 잼을 주었다. 설탕 적게 넣고 정성껏 저어 만들었다고 했다. 한 숟갈 뜨니 향이 진하게 난다. 학교 근무가 끝나고 처음 만나는데 평소에도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일하던 선생님의 마음이 깊이 느껴진다.

이 쓸쓸해지는 계절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식물과 잼을 선물 받으니 겨울을 지낼 온기는 충분한 것 같다.

선물은 마음이니 마음의 내복을 든든히 입은 셈이다.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마음의 내복을 주어야겠다.

가진 것은 별로 없는데 무엇을 줄까나.

내 마음의 온기가 나누어 줄 만 한지, 온도가 낮으면 식물을 바라보며 온도를 올려봐야겠다.


#식물#선물#칼랑코에#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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