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두루미
해마다 겨울이 다가오면 만나야 할 그대.
아주 오래전부터 겨울이 오면 그대는 늘 그곳에 있었지요.
나는 그대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그대가 그곳에 오는 겨울 손님이라는 것은 알지요.
작고 가볍게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서 느긋하게 머물다 굵직한 목소리를 내며
우아하게 날개를 펼쳐
가족과 함께 이동하는 그대.
평생 변치 않는 하나의 사랑을 하는 그대.
가을이 싸늘하게 떠날 무렵 찾아오는 그대
몇 번이나 만나고 싶어 마음속에 그리지만
삶의 그물을 접어 올리고
가뿐한 마음으로 달려가야지
몇 번이나 마음먹고 달력을 보고 시간을 헤쳐야
잠시 그대를 만날수 았지요.
어느 해는 붉게 물든 노을 아래서 쓸쓸한 그대 뒷모습만 보았지요.
이번에도 3월이 오기 전에
그대가 떠나기 전에
그대 머문다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이른 아침이 아니라 한낮이었어요.
강물이 모두 얼어버린 한겨울을 지나
봄이 똑똑 노크할 것 같은
겨울 강가에서
그대는 기러기, 고니와 벗하며
여유롭게 강가에 머물렀지요.
한 번씩 찬 겨울 하늘로 날아올라
청정한 철원 하늘을 휘돌아보고
근처 들녘도 밟아보고
다시 강가로 돌아왔어요.
그대 목소리, 고개 짓, 알개 펼치는 모습이
모두 나에게는 큰 설렘이었고
겨우내 긴 기다림으로 들뜬 마음을 채워주었지요.
1년에 꼭 하루만 만나도
그대와의 만남과 기다림은 큰 의미랍니다.
삶에 용기를 줍니다.
그대 있음에
내 마음 만족하여라.
그대 그 먼 러시아로 떠나기 전
한번 더 만날 수 있다면
너무나 큰 행운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 1년을 기다릴 수 있어요.
그대가 또 돌아올 것을 알기에
그대 떠난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 다시 만날 날을
기쁘게 기다리리라.
https://youtu.be/8CzCssHFGAM?si=vzkjKVW005DULXj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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