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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아나 Sep 23. 2024

바다가 젤리로 변했다!

11. 미래로부터 오늘에 이른다.

11. 미래로부터 오늘에 이른다.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오니 라산의 부모님이 해리네 집에 와 계셨다. 아이들이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라산의 부모님과 해리네 부모님은 같이 바닷가로 아이들을 찾아 나서려고 준비하던 참이었다. 해리는 린과 헤어진 후로 가슴이 먹먹했다. 밥을 먹을 수도 없었고 몸은 모든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 축 늘어졌다. 부모님께 꾸중을 들어서가 아니라 왠지 알 수 없는 슬픔이 남아 있었다.


  마치 긴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느낌이었다. 해리는 지난 하루가 1년처럼 생각되었고 머릿속에는 ‘미래로부터 오늘에 이른다.’가 적힌 스크린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맨틀 속에서 인공 도시를 짓고 살아가는 K-158 사람들이 자꾸 생각났다. 그들이 행복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리의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마음이 계속 아팠다. 우리보다 훨씬 발달된 문명일지는 몰라도 점점 굳어져 가는 피부를 보니 지구 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고 행복한 일이었다.


  바닷물이 젤리로 변했을 때도 심장이 쿵 내려앉았었다. 처음에는 무서웠고 바닷속에 들어갔을 때는 생물들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걱정으로 전전긍긍했고 나중에는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 차 있었다. 1호 할아버지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소중했다’고 하셨다. 정확하게 꼬집어서 ‘이렇다’라고 할 수는 없어도 해리는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리는 자신의 미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언젠가 린의 행성처럼 지구도 사라질지 모르니 지금부터라도 지구를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다. 해양 오염을 줄이는 것은 비단 지구 위 사람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와 공존하는 또 다른 모든 생물을 위하는 일이다.


  벌써 린이 보고 싶다. 어쩌면 린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스크린을 통해 나를 볼 것이다. 씩씩하게 지내야겠다. 먼 훗날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만날 수 있기를 ‘의도’하며, 서로 만나는 날을 꿈꾸며 해리는 그때까지 맨틀 속 사람들이 잘 지내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날이 오면 오늘 보물상자에 예쁘게 넣어 둔 팔띠와 린의 엄마가 주신 겉옷을 다시 꺼내 볼 것이다. 미래로부터 오늘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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