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소설] 9. 4월 10일 파생상품 투자 실패
9. 4월 10일 파생상품 투자 실패
4월 10일은 옵션 만기일이다. 캘린더에 ‘실패’라고 되어 있으니 정말 ‘정신 바짝 차리자’ 3월 17일부터 생각했다. ‘성공’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아니면 아예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하나 고민도 되었다.
실패라고 적혔다는 것은 내가 투자를 했다는 뜻이다. 기가 막히게도 투자비가 마련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실패를 알고도 투자해야 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을 테니 실패가 무서워서 투자를 접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실패를 피하는 사람들은 성공도 피한다’라고 했다. 나는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가진 돈이 부족하니 실패는 다시 최악의 상황이 된다. 그러나 한편 실패가 두려워 피한다면 성공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그가 말한 것처럼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고 싶다. 워렌 버핏은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 또한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천년만년 직장생활 할 수도 없는 노릇! 내가 잠자고 있는 동안에도 돈이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똑똑한 사람들을 고용해서 시간에 대한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키고 싶다.
빚 갚느라 아무 생각없이 일만 한 것은 어쩌면 잘못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 후회를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상황에 매몰되어 다른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독립한 나의 젊은 시절 난 총명한 눈빛만큼이나 총명하게 머리를 썼던 것 같다.
내 최초의 집은 일산에 있는 21평 아파트였는데 나는 IMF 이후 급격히 하락한 아파트를 대출받고 매입했다. 이후 아파트 가격이 회복하자 다시 시세대로 팔고 더 큰 평수의 아파트를 샀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모래내시장 반지하 월세에 계속 살았을 것이다. 20대 중반쯤이었던 나는 아파트 매매 계약서와 등기권리증이 접히거나 비뚤어지지 않게 스테이플러로 반듯하게 찍어서 대봉투에 넣어 신줏단지 모시듯 소중하게 보관했었다. 뭔가 대견하다는 뿌듯한 감정도 같이 넣어서!
3년 전에도 그랬다. 내가 살 집 이외에 나는 제주 시내에 급매로 나온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고 월세를 줬다. 그 돈으로 대출이자를 갚다가 2년 뒤 그 아파트를 시세대로 팔았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금의 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전남편도 주변 사람들도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었다. 내가 보기에 뭔가를 해야 할 때는 내가 생각한 때인 것 같다. 사안에 따라서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것도 맞는 것이겠지만 위험을 피하려 아무것도 안한다면 성공도 그만큼 멀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주말마다 연구하는 연구비를 더해서 천만 원을 투자비로 마련했다.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이기는 하나 그 여윳돈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마련한 것이다.
천만 원을 만드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버는 것보다 적게 써야 했고 불필요한 것에 돈을 쓰지 않아야 했다. 물론 성격상 그런 것도 있었지만 더 늙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노후 대비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일단은 투자금 마련이 필요했다.
선물옵션 시세와 차트, 국내증시 매매동향은 하루에 세 번 볼 것, 장 시작 전 전날 해외시장 체크할 것, 증권사별 증시리뷰 점검할 것, 주기별 경제지표 확인할 것, 저녁에 30분씩 경제 공부할 것 등이 투자와 관계없이 이뤄지고 있는 최근 나의 3년간의 패턴이었다.
캘린더 보라색 글씨는 ‘선물’이라고 판단했으니 진짜 선물로 만들고 싶다. 나는 옵션을 적절한 타임에 양매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업무가 방해받거나 스트레스 받으면 안되기 때문에 5%의 수익이 발생할 때마다 포지션을 정리하기로 맘먹었다. 지난달 주식시장에 변동성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달에는 하방 압력으로 변동성이 있을 확률이 컸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미국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게 나왔기 때문이다.
실패를 성공으로,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이번에 시도하는 것은 이것으로 족하다. 올해 첫 투자인 만큼 옵션 만기일 전에 딱 10%의 수익률이면 된다. 비싼 수업료는 이미 오래전에 냈다. 나는 나의 전략을 믿고 내가 정한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우연일 수도 있고 인도 할머니가 도와줬을 수도 있다. 나의 전략은 적중했고 나는 소중한 첫 10%의 성공을 거뒀다. 보라색 글씨는 성공으로 변해 있었다. 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