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소설] 10. 5월 1일 휴직
10. 5월 1일 휴직
‘성공’과 ‘긍정적인 삶의 방식 유지’라는 것에 대해 알게 모르게 압박받고 있었던 것일까? 문득문득 주인없는 그리움이 찾아올 때마저도 나는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시 혼자가 되어서도 여전히 삶의 여유는 없었다. 애써 마음의 여유를 갖고자 하나 그건 생각일 뿐이었다.
평일에도 일하고 휴일에도 일하고 평일에도 공부하고... 물론 약간이기는 하다... 휴일에도 공부하고... 어쩌다 유일한 낙이 집에서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되었을까? 술을 끊었더니 곰팅하고 만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이랬으면 서울대가 아니라 세계 어느 유수의 대학인들 못 갔으랴!
이사하고 집에서 밥은 몇 번 했을까? 나의 판단이기는 하나 나는 꽤 괜찮은 요리 솜씨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캘린더에 5월 1일 휴직이라고 된 걸 보면 뭔가 내게 또 번아웃이 찾아왔을지 모른다.
나를 위해 모아둔 연가를 써야겠다. 아름다운 5월! 연휴가 있으니 1일부터 11일까지 쭈욱 쉬기로 작정했다.
“진경아, 너 담달 2일나 3일에 제주도 올래?” 서울에 있는 친구한테 연락했다. 내가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는 두 명뿐이다. 그중 한 명이 진경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수원에 사는 미형이었다. 진경이는 대학에서 연구원, 미형이는 교수였다. 아무래도 진경이가 시간 내기 편할 것 같았다.
“제주도? 좋지! 한라산 가고 싶다!”
“너 내려오면 그날부터 쭈욱 여행이다!”
“가면 흑돼지 먹는 겨?”
“흑돼지만이겠니? 전복, 보말, 옥돔... 또 뭐가 있을까? 암튼 3일은 제주도, 3일은 가평 어때? 나는 번지점프 하고 싶어.”
“그래, 알았어. 스케줄 체크하고 바로 알려줄게.”
“비행기 티켓 없을지도 몰라. 빨리 확인하고 알려줘.”
맘 같아서는 해외로 가고 싶었지만 해외를 가기에는 예약이 늦었다. 어쨌든 번개처럼 급하게 여행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운전병이 필요하다... 곰팅한테 연락했다.
“친구랑 제주도 여행하는데 운전 좀 해주세요. 그리고 가평에서도 운전병이 필요해요.”
“후후, 언제부터예요?”
“오~~~ 정말 감사해요. 제가 단톡방 개설하고 일정이랑 그 외 필요한 것들 공유할게요.”
오랜만에 신이 났다.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행복한 고민들이 시작되었다. 제주도와 가평에서 해보지 않은 것들, 가보지 않은 곳들, 맛집, 멋진 펜션, 나만의 이벤트!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사실 친구 조합이 좀 특이하기는 하다. 그럼 어떠랴! 즐겁게 보내면 되는 거지. 이번 여행에 꼭 넣어야 할 것들은 승마와 한라산 등반, 그리고 번지점프!
첫날은 집으로 초대해야 하겠다고 생각한 나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마트에 가서 분주하게 장을 봤다. 그동안 집에서 밥을 안했으니 모든 양념들을 다시 사야했다. 그전에 샀던 것들은 뜯지도 않았는데 유통기한이 지났다.
집에서 사람들 말소리가 들리는 것은 얼마 만일까? 열흘간 나의 세상은 근심걱정 하나 없는 그야말로 다시 순진한 아이처럼 마냥 행복한 딴 세상이 될 것이다. 청귤향 톡! 터질 것 같은 봄과 어쩌다 친구가 된 늙은 호박 같은 친구들! 가끔 가을이 아닌 봄에 피는 코스모스처럼, 어느 들판에 자리 잡고 피어나도 모두 자기들 땅인양 해맑은 들꽃처럼, 세월을 기다리지도 생각하지도 않는 순수한 아이들처럼 그렇게 우리만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
애초에 어떤 휴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휴직은 즐거운 휴가가 되었다. 내 맘대로 휴가를 결정할 수 있는 날이 되면, 다음에는 몽골에 가서 드넓은 초원을 말 타고 신나게 달려보고 싶다. 그리고 뉴질랜드에 가서 새로운 번지점프에 도전하고 싶다. 이왕이면 석양이 물드는 노을을 배경으로 계절을 온전히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