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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 8. 3월 16일 일요일 결혼식(2)

by 아드리아나

내가 제주도에 내려오니 그는 하루에 한 번씩 내게 전화했다. 그러다 작년 8월 어느 날 제주도에 2박 3일 일정으로 왔었다. 첫날 저녁 함덕해수욕장 근처에서 만났다.


“나 때문에 온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야?

“아닌데! 보고 싶어서 왔어. 어제도 말했잖아.”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지! 제주도에 이박사님과 삼실 내는 것 땜에 온 거 아냐?”

“아냐, 진짜 보고 싶어서 왔어.”

“미안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 그리고 말했듯이 하루에 전화 한번 의미가 없어.”

“진짜 내가 보고 싶지 않았어?”

“그 말이 듣고 싶었나 보네. 근데 알고 있잖아... 난 별다른 감정 없어. 이런 건 솔직하게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직설적으로 말하는 거야.”

“그래도 우리 꽤 오래 만났잖아. 내가 좋아하는 감정 이상이었던 거 알고 있었을 텐데!”

“미안해! 난 단지 사업을 배우기 위해 만난다고 말했던 거 진짜였거든. 그 이상 이하도 아니야. 이렇게 된 거... 우리 관계 정리하자.”

“무슨 말이야? 갑자기!”

“갑자기는! 내가 계속 말해 왔고만... 이제 전화도 그만해.”

“후~ 전화도 하지 말라는 말이야?”

“당연하지! 우리 관계가 더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건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

“휴~ 그래도 이건 너무 갑작스럽다. 내 감정은 변한 게 없어.”

“내 감정도 변한 게 없어. 이 시간 이후로는 전화해도 받지 않을 거야. 더 이상 연락하지 마.”

“아! 너무하네!”

“너무하긴... 그래야 관계가 정리되지! 내려온 김에 즐겁게 보내고 조심해서 올라가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나는 그가 내려온 첫날 저녁을 먹으면서 관계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내가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내가 너무 했나?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은 그가 아니라 나였을까?


곧 3월인데 사람도 없이 결혼식이 이뤄질 리 없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혼할 사람이 없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웃음이 나왔다. 내가 다시 결혼은 하고 싶은 건가?


전남편한테서 저녁이나 먹자고 연락이 왔다.

“뭔 일인지 어젯밤에 우리가 다시 같이 사는 꿈을 꿔서 깜짝 놀라 잠이 깼네. 진짠 줄 알았어.”

“후후, 내가 꿈에 나올 때도 있구나! 근데 왜 놀라?”

“그러게, 새벽에 같이 있는 줄 알고... 순간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더라고!” 지금은 친구 같기만 한 전남편이다. 혹시 우리 다시 결혼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결혼할 생각은 둘 다 없는 게 확실하다.


저녁 먹고 있을 때 공교롭게 둘째 오빠한테서 연락이 왔다. 텍사스 공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조카 녀석 결혼식 때문이었다. 조카는 미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 중에 있었다. 거기서 여자 친구를 만나 동거하고 있었고 지난 2월에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할머니 장례식으로 약간 미뤄졌다.


“사돈이 한국에 있을 때 결혼식을 해야 해서 16일에 하기로 급히 결정됐다. 기현이도 식을 올리고 빨리 가야 해서.”


그러니까 나의 결혼이 아니어서 ‘결혼식’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그런 줄도 모르고 온갖 상상을 하고 있었으니! 어이없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그러나저러나 이참에 100세 시대를 대비한 동반자 기준을 세워야겠다. 우선 나부터 그런 기준에 맞춰야 하겠지만. 그런데 이혼은 뭘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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