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가루통의 행방
5. 가루통의 행방
해리와 라산이 열심히 쇳덩어리 주변을 파헤치고 있을 때 올레길 7코스를 따라 여행하던 젊은 여자 한 분이 몽돌해변을 지나다가 바위 위에 미니 양동이처럼 보이는 작은 통 두 개가 덩그라니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 아이 두 명이 놀고 있기는 하나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보니 소꿉놀이하다 버려진 통이라 생각했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그 여행자는 통을 주워 바닷물 근처에 다가가 통속에 있던 가루를 바닷물에 탈탈 털면서 쏟아버리고 통들을 바닷물에 깨끗하게 씻은 뒤 자잘한 몽돌이 있는 곳을 찾아 통에 작은 몽돌을 가득 담고 몽돌해변을 떠났다. 해돌이와 토리가 여행자를 보고 짖어대며 해리를 불렀지만 쇳덩어리를 빼내려고 온 정신을 쏟고 있었던 해리와 라산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젊은 여행자가 법환포구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있을 때 마침 어촌계를 방문했던 해경 두 분도 저녁 식사를 하려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해경 한 분이 건너편 식탁 위에 놓인 미니 양동이 두 통 가득 몽돌이 담겨있는 것을 보았다. 해경은 곧바로 식사 중인 여행자한테 다가가 몽돌에 대해서 물었고, 여행자는 몽돌해변에서 미니 양동이를 주워 작은 몽돌들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해경은 몽돌은 채취 금지이며 몽돌해변에 ‘몽돌 채취 금지’ 표지판을 보지 못했는지 확인했다. 젊은 여행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표지판을 보지 못했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식사를 마치고 해양경찰서 복귀하기 전 해경은 몽돌을 갖다 놓으려 몽돌해변으로 갔으나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바닷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가루통의 행방이 밝혀진 것은 해리 아빠가 바닷물을 풀 수 있는 농도를 알아냈을 때였다. 해리 아빠는 바닷물이 어디까지 굳어져 있는지 확인하고 돌아와서 꼬박 밤을 새우고도 한나절이 지났을 무렵이 되어서야 해결책을 알아냈다. 해양경찰서에 해결책을 찾았다고 연락한 후 해리 아빠는 서둘러 해양경찰서로 향했다. 넓은 바다에 가루약을 투입하기 위해서 헬기를 타야 해서였다. 경찰서에 도착한 해리 아빠가 해결 방안을 설명하다가 탁자 위에 놓인 빈 가루통을 발견했다. 가루통 두 개가 포개져 있기는 했으나 한눈에 봐도 가루약이 들어 있었던 통임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