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지금의 바다가 좋아!
6. 지금의 바다가 좋아!
해리 엄마가 해리와 라산이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웃집 할머니가 한밤중에 찾아와서 “혹시 할아버지 봤느냐?”고 물을 때였다. 할아버지는 포구에 있는 배가 걱정이 되어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저녁을 드시고 나서 포구로 갔다. 그런데 네다섯 시간이 지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이집 저집 수소문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긴급한 일이라 판단한 해리 엄마는 아이들에게도 물어보려고 아이들을 찾았으나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해리 엄마는 해양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하고 주변 몇몇 어른들에게 연락을 했다.
어른들은 팀을 나눠 법환포구, 몽돌해변, 마을 안쪽을 찾기로 했다. 해리 엄마는 할머니와 함께 법환포구 쪽으로 향했다. 할아버지와 아이들을 부르며 선착장 근처에 왔을 때 엄마를 따라왔던 해돌이가 짖어대자 토리가 야옹거리며 달려왔다. 이윽고 해돌이는 해리의 신발을 찾았다. 해리 엄마와 어른들은 포구 안쪽 선박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구석구석 손전등을 비추다 해리 엄마는 선박에 기대어 축 늘어져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내 헉헉거리며 지친 모습으로 해리를 업고서 기어오고 있는 라산을 발견했다. 때마침 경찰 아저씨와 구급차가 도착했고, 할아버지와 아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아득하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해리는 눈을 떴다. 엄마가 보였다. 정신이 번쩍 돌아온 해리는 엄마를 보자마자 라산을 찾았다. 엄마 눈빛을 따라 옆을 보니 라산이 옆 침대에 누워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병실이었다.
“엄마, 할아버지와 토리는?”
“걱정마! 모두 무사해!”
“라산이 우리를 구해줬어요!”
엄마는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는 의식을 회복했고, 그리고 아빠가 바닷물을 풀 수 있는 농도를 알아내서 바닷물이 거의 풀어졌다고 했다. 해리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이번에는 취재진이 병원을 찾아왔다. 해리와 할아버지를 구한 라산을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라산의 인터뷰 방송은 실시간 검색 1위를 하더니 이내 100만뷰를 돌파했다.
“좋아하는 여자 친구를 위해서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학교에서는 또다시 놀림의 대상이 되겠지만 해리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하루만 더 있다가 퇴원하라고 했으나 해리와 라산은 빨리 바다가 보고 싶었다. 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해리와 라산은 포구로 달려갔다. 싱그러운 바람에 비릿한 해초 냄새가 실려 왔다. 눈부시게 반짝거리며 일렁이는 물결이 보였다. 해안가로 파도가 밀려오다 부딪혀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모습도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야호! 만세! 바다가 돌아왔다! 지금의 바다가 좋아!”
해리와 라산은 소리를 지르며 다시 돌아온 바다를 반겼다.
“그런데 라산아, 할아버지는 어떻게 되신 거야?”
“아~ 할아버지가 배를 점검하고 나오다가 손전등을 떨어뜨렸는데 손전등 줍다가 할아버지 빠졌던 그 웅덩이... 거기만 이상하게 보여서 거기에 가셨다가 빠지신 거지.”
“아~, 그랬구나! 그래도 빨리 회복해서 다행이다! 그리고 또 이상한 게 하나 더 있어. 그 고양이... 어디로 갔을까?”
“고양이? 어떤 고양이? 아! 토리가 쫓아갔던 고양이! 그러게. 그 고양이는 어디로 갔지?”
“웅덩이에는 없었는데, 암튼 잘 살아 있으면 좋겠다!”
“살아있을 거야. 참, 해리야! 그 쇳덩어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 맞다! 우리 내일 몽돌해변에 가보자.”
“그래!”
해리와 라산에게는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었다. 내일 다시 그 숙제를 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