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나무 꺾이는 소리가 난다

by 이안정

겨울에는 눈 내리는 산으로 간다


한겨울의 눈은 비와 바람보다 힘이 세다


바늘처럼 뾰족한 사시사철 푸른 옷을 입고 서있는

고집스러운 소나무에


사뿐사뿐 작고 가벼운 하얀 눈이 쌓이면

투둑투둑 투둑투둑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가 겨울밤으로 스며든다


비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던 것들이

그 무게에 참지 못하고 가볍게 떨어져 내린다


한없이 연약한 것들이 깊은 골짜기를 채우면

밤은 낮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시들지 않은 강물은 소리 없는 연주를 시작한다


빈 들녘처럼 겨울밤의 소란스러운 침묵이 흐르면

부드러운 것의 가치와 무게를 조용히 들여다 본다


바늘귀 하나 꽂을 곳 없는

겨울 산의 빽빽함이 조금은 너그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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