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의 푸른 장미

by 이안정

늦은 밤이었지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굴러떨어지는 발자국은 눈물로 가득했지요

열려고 하면 할수록 닫혀버린

닫으려고 하면 할수록 열리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큰 바다를 보러 떠난 종이배처럼

흔들리고 다시 흔들리고 넘어지고 넘어져 버렸지요

종이배를 접던 작은 손등 위로 모래성처럼 사라져 버린 시절은

기억 어디쯤에서 길을 잃어버린 걸까요


적막 속에서만 빛을 내는 푸른 장미

어둠의 숲을 지나면 클래식 선율로 장식된 황금빛의 즐비한 포도밭


붉은 와인 잔을 들면 다뉴브의 푸른 강 위를 항해하지요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눈물을 보듬고 바라본 그곳의 여린 숨결들

죽음의 의미를 알기에는 너는 겨우 열 살도 채 되지 않았다


이름조차 모를 이름을 기억하며

두 손가락을 모두 펼치니 겨우 아홉 손가락


너의 죽음을 세어보며 하나둘씩 꺼져들어 가는 빛들을 접는다

두 발가락을 모두 펼치고

주인을 잃고 나뒹구는 신발 한 짝을 들여다 본다


누군가의 것이었을지도 모를 가장 빛나는 발자국을 따라

하얗게 말라버린 푸른 장미꽃 한 송이를 집어 듭니다


오늘 밤을 잡아두지 못하고 밤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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