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님

by 이안정

삶에서 하찮은 일은 하나도 없었다


밥을 먹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잠을 자는 것 하나에도 진리가 살아 숨 쉰다


너무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고

너무 급하게 하는 일은 실수가 있기 마련이며

너무 급하게 잠자리에 들면 숙면을 취할 수 없다


걷는 것조차 넘어지지 않기 위한 알맞은 속도가 있다


살아있는 것에는

알맞은 시기가 존재한다


하루의 스물네 시간 중 무료한 시간에 잼처럼 여유를 발라 먹는다


살다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리움의 경계를

살다가 만나는 일들에 잔잔한 기쁨의 빗장을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으로 외로움이 손님처럼 방문하면

빈 가지 위로 피어난 텅 빈 충만함이 커다란 침묵이 된다


내일을 가지지 않은 사람처럼 매일 죽어가자


삶에서 상처를 가진 사람은 안다

그것이 다시 살기 위한 새로운 길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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