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둥글게 말아 올린 솜사탕처럼 금방 사라져 버렸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는 마치 무덤처럼 조용했고
바람에 흔들리는 그네는 혼자서도 사납게 울어대고 있었다
마음은 구멍 난 호주머니처럼 아무것도 채우지 못했고
잠이 오지 않은 날에는 쌓여가는 외로움을 이불 삼아 덮었다
매일 새벽 집 앞으로 불안이 배달되고 밤새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눈을 뜬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 떠나버린 날
커피포트에 아침 햇살을 끓인다
달콤한 기억에 시나몬 가루를 뿌린다
낫지 않은 통증을 룽고(Lungo)처럼 마신다
기분 좋은 씁쓸한 뒷맛은
홀로 남은 나를 오랫동안 아프게 한다
추억이라는 지하실에 갇힌 채 창문을 찾는다
기억이라는 밑바닥의 끝에서 지하를 잊는다
오늘도 나는 룽고처럼 너의 그리움을 마신다
*룽고(Lungo):에스프레소를 길게 추출한 커피. 에스프레소 1샷을 길게 추출하여 커피의 씁쓸한 뒷맛이 더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