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걸어놓은 수평선 너머로
은행나무처럼 빛나는 별들의 무덤을 따라
지난 봄날의 노을을 닮은 아침을 채우고
저물어 가는 추억들을 불러내면
낙엽처럼 떨어지는 눈물은
가을밤을 머금은 달빛이 되어
강물 위로 살며시 그림자를 비춘다
불신이 자리한 잠들지 못한 확신은
곧추선 오만한 고독을 마주하고
꽃잎 하나조차 품지 못한 내게 다가와
깨진 거울의 파편 같은 눈물을 안기며
존재의 비수에 침잠한 슬픔을 건넨다
사소한 소멸은 영혼의 대지 위에
바람의 무언가(無言歌)를 지어내고
짙은 고뇌의 향기를 머금은 나날은
즐비한 벽처럼 괴로움에 잠긴다
장밋빛을 잃은 유리처럼 메마른 호수 속에서
태양 아래 불꽃으로 빛나던 젊음도 지나가고
하루하루 지쳐가는 하얀 머리칼은
줄달음 치는 시간을 쫒지 못해
오늘도 한낮의 설익은 태양처럼
한 묶음 꺾어 놓은 봄날의 향기를
오래도록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