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낡은 신발

by 이안정

내 어머니의 낡은 신발에서

들꽃이 피어난다


희끗해진 파마머리로

풀잎 이슬이 또르르 소리를 내며

아래로 떨어지면


내 어머니의 낡은 신발에

비췻빛 물비늘이 춤을 춘다


금계국꽃처럼 활짝 핀 청춘과

앵두처럼 붉던 인고의 눈물을

텃밭 거름으로 쓰시고


가지를 뻗어낸 곡식처럼

쉼 없이 진실함을 따라나선

내 어머니의 낡은 신발에서는

생이 부서지는 비바람 속에서

노란빛 수술의 비가(悲歌) 되어 피어난다


이 세상의 낡은 것에는 고독한 밤이 있다


이 세상의 낡은 것에는 찬바람을 견딘 상심이 있다


그래서 이 세상의 낡은 것은 모두 아름답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 어머니의 낡은 신발은 가장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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