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로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된 윤여정 배우의 어록.
“60이 되어도 인생은 몰라요. 처음 살아보는 오늘, 하루하루에 재미를 느끼며 살아가세요. 첫 하루를 느끼며 살아가 보세요.”
“나는 살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한 거였어요. 요즘도 그런 생각엔 변함이 없어. 배우는 목숨 걸고 안 하면 안 돼. 훌륭한 남편 두고 천천히 놀면서, 그래 이 역할은 내가 해 주지. 그러면 안 된다고. 배우가 편하면 보는 사람이 기분 나쁜 연기가 된다고, 한 신 한 신 떨림이 없는 연기는 죽어 있는 거라고.”
나는 그녀의 말을 사랑한다. ‘어른을 통해서 배우는 어른’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닐까 한다. 그녀는 살기 위해서 목숨 걸고 연기를 했다고 했다. 그 일이 어떤 일이든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
60이 되어도 모르겠다는 인생! 하루하루가 처음 사는 오늘이라는 말에 힘이 있다.
비단 배우뿐만 아니라 어떤 한 분야에서 ‘무명’으로 생활한다는 것은 참으로 쓸쓸하고도 외로운 일이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홀로 안간힘을 다해 견뎌내다가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과 초조가 밀려오는 삶은 무겁다. 그래서 나는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마침내 성공을 이루어 낸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들의 ‘성공’에 대한 결과가 아니다. 오랜 침묵을 참고, 견디며 결핍의 시간조차 성공의 꽃으로 피워낸 ‘인내’와 ‘기다림’에 대한 갈채이다.
매일 똑같은 생각으로 살면서 매일 다른 행복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다른 생각으로 살면서 매일 다른 행복을 향해 걸어가는 그들의 용기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뛰어난 열정과 끈기이다. 이러한 삶은 유명하게 성공하지는 못했더라도, 이름조차 알지 못하더라도, 어딘가에서 노력하고 있을 많은 사람에게 살아갈 희망이 되어 준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라고 하듯이
‘인생에도 왕도가 없는 것’ 같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한 길을 걷다 보면 언젠가는 빛나게 될 인내와 노력의 시간에는 편하고 빠른 지름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생의 참맛’이 있다. 오랜 무명 생활로 꿈을 포기하거나 혹은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지금이다. 모두가 1등이 될 수 없는 사회에서 자신의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공허함’과 ‘허탈함’은 분명 그들을 지치게 하겠지만, 나는 그런 모든 ‘무명 생활’을 견디고 이겨낸 사람에게만 있는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주연은 눈에 띈다. 그래서 중요하다. 하지만, 조연이라고 해서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조연이지만 자신의 색깔로 맛깔난 연기를 하는 사람을 보면 주연 이상의 빛이 난다. 영화는 주인공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조연과 함께 잘 어우러질 때 멋진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된다.
가끔, 살면서 이 지구상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해지고는 한다.
우리는 모두 무명으로 태어난다. 하지만 어떤 이는 무명 생활을 끝내고 마침내 큰 성공을 이룬다. 참으로 멋지고 뿌듯한 일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제자리를 맴도는 것만 같은 느낌에 나날이 괴로운 사람도 있다. 얼마 전 ‘무명 가수 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방송으로 다시 돌려 보았다. ‘내가 알고 있었던 노래를 저분이 부르셨구나.’라며 새삼스럽게 놀랐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모두의 얼굴에서 빛이 났다. 한 배우는 오랜 무명 생활 덕분에 많은 취미생활이 생겼다고 말하며, 그 시간을 다양한 활동으로 채워나가고 있었다.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서 ‘돈을 벌 수 있는 취미생활’은 그에게 또 다른 삶을 선물해 주었다고 한다. 살다 보면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 때가 있듯이 내리막길을 걷게 될 때도 있다. 그러니 ‘남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아주지 않는다’라고 해서 꿈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