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 들어가니 너무 무서웠다. 다리는 내 다리가 아닌 것처럼 아무 감각이 없어서 더 무서웠다. 몸을 내 스스로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여러 명이 나를 번쩍 들어 수술실 침대로 옮겼다. 그리고 추운 건지 몸이 덜덜 떨렸고 특히 팔이 심하게 떨렸다. 팔 쪽으로 난로 같은 뭔가를 틀어줬는데도 계속 떨렸다.
언제 시작하는 걸까? 이미 시작한 걸까? 언제 끝날까라는 생각만 들었고 그 공간에 있는 시간이 꽤나 길게만 느껴졌고 힘들었다. 배를 꾹꾹 누르고 흔들어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나왔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기 울음소리에 신기하기도 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었다.
그때 수술실 안에 있던 분 한 명이 아기를 데리고 와 내 얼굴에 콩콩 두 번 대주었다. 아기와의 첫 만남은 따뜻했다. 그 후 한참 뒤 드디어 회복실로 이동했다. 이상하게 자꾸 몽롱하고 팔은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는데 한분이 아기를 내 품에 안겨주곤 떠났다. 이때도 아직 정신이 몽롱하고 몸이 너무 힘들어 아무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다시 만난 남편이 너무 반가웠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보낸 우리 세 가족..!
40주 초음파로 봤을 땐 3킬로 예상이었는데 막상 태어나보니 2.77킬로였다. 뱃속에서 더 크고 싶어서 아기가 안 나오려 했나 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밖에 나오자마자 울어주고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너무 고맙고 대견했다!
한참을 내 품에 아기가 안겨있다 떠났고 회복실에서 소변줄을 제거하고 양쪽 옆구리에 진통제를 맞았다. 척추마취 악몽이 떠올라 겁먹었었는데 아직 마취가 덜 풀린 상태라 다행히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자궁상태 확인한다고 배를 막 누르는데 유도분만부터 모든 과정 통틀어서 가장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회복실에 있다가 오후 3시쯤 입원실로 옮겼다. 입원실에 오니 물이랑 죽을 먹으라고 했고, 4시간 안에 소변을 봐야 하니 물 많이 마시고 소변 마려운 느낌이 들면 부르라고 했다.
오후 5시 반쯤 화장실을 가고 싶은 느낌이 든다고 하니 간호사는 침대를 세우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수술한 지 5시간 만에 나는 간호사의 부축아래 일어나 걸어서 화장실을 갔다.. 이후 스스로 혼자 가야 했는데 아프지만 또 혼자 잘 걸었다;
그리고 가스배출하고 나면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도 된다고 했다. 수술 당일 저녁에 가스배출완료했고 다음날 아침 바로 도넛이랑 커피를 먹었다. 수술하면 못 먹을 줄 알고 서럽게 울었었는데 아주 머쓱하고 행복했다. ^.^
입원실에 와서는 하루에 3~4번씩 간호사가 먹는 진통제 약을 줬다. 입원실에 온 동시에 바로 아기와 함께하게 되었고 아기는 밤 10시에 맡길 수 있는데 맡기면 다음날 새벽 5시~6시 사이 다시 아기를 방으로 데려다준다. 몸이 회복할 틈 없이 육아체험 시작..! 입원 거의 마지막에는 맡긴 아기가 자꾸 눈에 밟혀 새벽에 먼저 아기를 데리러 가기도 했다.
오전 10시쯤에는 매일 아기 목욕을 시켜주러 입원실로 직원이 오시고, 매일 소아과 선생님과 산부인과 선생님이 회진하신다. 수술 3일 차에는 샤워도 했다! 수술부위에는 포비돈으로 소독을 받았고 레이저 치료 같은걸 2회 받았다.
병원에서는 아기 옷, 아기 손수건, 아기 물티슈, 기저귀, 손+발싸개, 모자, 속싸개, 산모용 일회용 팬티, 대형 생리대 등등 아주 넉넉하게 다 선물로 주기 때문에 출산가방을 따로 챙겨 올 필요가 하나도 없다! 수건이나 일회용 칫솔 등도 매일 가져다준다. 아! 유일하게 준비해야 할 건 아기 젖병이다! 병원에서 분유도(NAN분유) 제공해 주는데 나는 따로 챙겨갔다.
단, 세탁하지 않은 새 손수건과 새 옷을 매일 꺼내 입히는 거라 신경 쓰이는 분은 개인 옷을 가져오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입히고 썼다. ㅎ
입원실 방에는 분유포트와 스팀소독기가 있고 다용도실에 가면 공용이지만 젖병세제랑 솔도 다 있다.
4박 5일의 입원기간 마지막날 밤, 나 때문에 고생하는 엄마와 남편에 대한 미안한 마음+아기를 잘 돌봐주고 싶은데 아직 너무 아픈 몸+아마도 호르몬 영향(?)으로 눈물이 터져 또 한 번 엉엉 울었다. 입원기간도 나중에 추억이 되겠지만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든 기간이었다. 반면, 아기는 너무 예뻐서 안 크고 계속 신생아였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머리숱도 많고 피부도 하얗고 배냇짓이지만 방긋방긋 잘 웃는 우리 아기..! 많이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