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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카제 Jul 15. 2022

[주택살이 3] 자두가 익어가는 계절

알이 큰 자두를 기대하며


우리 앞마당에 자두나무 한 그루가 있다.

전에 살던 집주인이 심은 나무이다.


4월 정도에 하얀 자두꽃이 열리고 꽃이 지면 동그란 열매를 내어놓는다. 자두꽃이 이리 예쁜걸 처음 알았다. 고소하게 튀긴 팝콘처럼 가지마다 하얀 꽃망울이 봄을 알리고, 그 예쁜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힌다. 매실을 닮은 녹색의 작은 망울들이 가지에 매달린 채 시간과 햇살의 힘으로 점점 통통하게 크기를 키운다. 무농약이면 좋겠지만 최소한 약을 몇번 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레들이 어느새 자두와 일체가 되어 안에서부터 갉아먹어버린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안은 어김없이 썩어있는 열매의 배신이다.


작년에는 가지치기를 했다. 자두가 크고 실해진다며, 친정아빠가 수고스럽게 잔가지부터 굵은 가지까지 가치치기를 해 주셨다. 가지마다 맺힌 열매들은 n분의 1로 영양분을 나누어, 주렁주렁 가지마다 맺힌 자두는 결과적으로 큼직하고 먹음직스러운 자두가  되기 힘든 것이다. 가지를 치며, 잔인한 경쟁은 혹시 자연의 섭리일까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올해는 백일홍의 가지도 쳤다. 그래야 가지도 굵어지고 꽃도 잘 핀다는 아빠의 충고였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현재 아픔의 의미는 지나고 나서 굵은 자두와 화사한 꽃망울 속에서 그 의미가 깨달아 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언가가 잘려나가는 듯한 인간사의 아픔이 그때 꼭 필요한 삶의 기지치기라고 생각하면 조금 위로가 될까? 

아프게 꺽이고 잘려지지만 다음해 그 계절이 오면 문득 더 붉고 더 크게, 때론 더 탐스런 꽃을 만나게 되는 그런 의미있는 경험 말이다. 

여름의 문턱에서 가지마다 달린 굵은 자두알들이 나를 위로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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