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살이의 행복한 고단함, 잡초뽑기에 대하여
주택 살면 관리할 게 많지 않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 그 중 하나가 정원이리라.
정원을 가지고 싶어 주택을 선택했지만, 막상 정원 관리는 또 다른 문제이다.
당연히 힘들고, 귀찮고, 손이 많이 간다.
옆집들을 보면 정원을 만들지 않고 건물로 꽉 채워 버리거나, 시멘트나 자갈로 메우든지,
관리가능한 규모의 작은 정원만을 허락하는 집들이 있다.
우리집은 원래부터 잔디와 계절마다 심은 꽃나무가 가득했다.
전집주인이 매해 가꾼 정성의 결과였다. 정원은 이 집을 맘에 들어한 큰 이유이기에
그 노력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 되었다.
봄에는 초화를 심고, 잡초를 뽑고, 작은 텃밭과 허브정원을 만든다. 가끔 병이 든 나무를 살펴 약도 쳐야 하고 거름도 줘야 한다. 근처에 사시는 30년 꽃집을 운영하신 부모님의 도움이 크다.
그 땀의 결과는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과 열매, 보드라운 상추와 향이 진한 허브가 보상해 준다.
정원은 참 수고로운 축복이다.
정원에 나무와 초화를 심고 가꾸는 것만큼이나 힘이 들고 성실하게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잡초 뽑기.
매일 뽑아도 자라나는 그 끈질긴 생명력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뿌리가 약해 몇번의 휘저음으로
쉽게 뽑히는 잡초이지만 그렇기에 집요하게 자라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주말 아침 이른 시간은 정원에 쭈구린채 잡초를 뽑는다. 그 소소한 노동을 통해 나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때론 불쑥 떠오른 영감으로 새로운 생각을 얻기도 한다.
쉽게 뽑히는 만큼 쉽게 자라나는 그들을 보며, 저마다의 살아남는 방식에 대해 골똘해진다는 건
나에게는 분명 축복이다. 이것이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인 것 같다.
고단한 노동이 경이로운 사색이 되는 순간, 그 경험을 나는 사랑한다.
[나의 시한편]
잡초
뽑고뽑아도 다시 자란다
쪼그린채 다리가 저려오도록 뽑았는데
그뿐이다
누런 잔디가 새옷을 갈아입고 봄맞을 채비를 하면
너는 앞서가려고 서두르는 샘 많은 동생같이 기어코 우르르 얼굴을 내민다.
없어질 운명을 아는듯이 필사적으로 씨를 뿌리고 억척스레 자라나는 너를 보며
바삐 움직이던 손을 거둔다.
너에 대한 원망과 미안함 사이에서 망설이다
다시 내 손은 너를 향한다.
그래, 우리는 그저 자신의 일을 할 뿐이야.
넌 어떻게든 살아 남아.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일을 하는거야.
하지만 나는 너의 성실함을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아.
볕이 따갑지 않은 이른 아침,
그래도 나는 어김없이 마당 한켠에 웅크리고 다리가 저리도록 널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