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카제 Jul 15. 2022

[주택살이 2] 너의 성실함을
이길 수 있을까?

주택살이의 행복한 고단함, 잡초뽑기에 대하여 

주택살이와 정원 


주택 살면 관리할 게 많지 않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 그 중 하나가 정원이리라. 

정원을 가지고 싶어 주택을 선택했지만, 막상 정원 관리는 또 다른 문제이다. 

당연히 힘들고, 귀찮고, 손이 많이 간다. 


옆집들을 보면 정원을 만들지 않고 건물로 꽉 채워 버리거나, 시멘트나 자갈로 메우든지, 

관리가능한 규모의 작은 정원만을 허락하는 집들이 있다. 


우리집은 원래부터 잔디와 계절마다 심은 꽃나무가 가득했다. 

전집주인이 매해 가꾼 정성의 결과였다. 정원은 이 집을 맘에 들어한 큰 이유이기에 

그 노력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 되었다. 

봄에는 초화를 심고, 잡초를 뽑고, 작은 텃밭과 허브정원을 만든다. 가끔 병이 든 나무를 살펴 약도 쳐야 하고 거름도 줘야 한다. 근처에 사시는 30년 꽃집을 운영하신 부모님의 도움이 크다. 

그 땀의 결과는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과 열매, 보드라운 상추와 향이 진한 허브가 보상해 준다. 


정원은 참 수고로운 축복이다.  



잡초뽑기와 사색


정원에 나무와 초화를 심고 가꾸는 것만큼이나 힘이 들고 성실하게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잡초 뽑기. 

매일 뽑아도 자라나는 그 끈질긴 생명력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뿌리가 약해 몇번의 휘저음으로 

쉽게 뽑히는 잡초이지만 그렇기에 집요하게 자라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주말 아침 이른 시간은 정원에 쭈구린채 잡초를 뽑는다. 그 소소한 노동을 통해 나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때론 불쑥 떠오른 영감으로 새로운 생각을 얻기도 한다. 

쉽게 뽑히는 만큼 쉽게 자라나는 그들을 보며, 저마다의 살아남는 방식에 대해 골똘해진다는 건 

나에게는 분명 축복이다. 이것이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인 것 같다.  


고단한 노동이 경이로운 사색이 되는 순간, 그 경험을 나는 사랑한다. 



[나의 시한편]

잡초  


뽑고뽑아도 다시 자란다

쪼그린채 다리가 저려오도록 뽑았는데

그뿐이다

누런 잔디가 새옷을 갈아입고 봄맞을 채비를 하면 

너는 앞서가려고 서두르는 샘 많은 동생같이 기어코 우르르 얼굴을 내민다. 

없어질 운명을 아는듯이 필사적으로 씨를 뿌리고 억척스레 자라나는 너를 보며 

바삐 움직이던 손을 거둔다.  

너에 대한 원망과 미안함 사이에서 망설이다 

다시 내 손은 너를 향한다.  

그래, 우리는 그저 자신의 일을 할 뿐이야. 

넌 어떻게든 살아 남아.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일을 하는거야. 

하지만 나는 너의 성실함을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아. 

볕이 따갑지 않은 이른 아침, 

그래도 나는 어김없이 마당 한켠에 웅크리고 다리가 저리도록 널 마주한다.  

  





작가의 이전글 [주택살이 3] 자두가 익어가는 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