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독서모임, 그 첫걸음.
아이들과 함께한 첫 독서모임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할 무렵,
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던 그림이 하나 있었다.
아이들의 독서모임.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엄마들에게 툭 던져보던 제안이었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라
모두 바람처럼 흘려들었던 계획이었다.
시간은 흘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희미해져 있던 그 그림을 다시 꺼내 보았다.
나는 철저한 계획가보다는 즉흥적인 사람이라,
구체적인 그림은 없었고
대략적인 윤곽만 잡혀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엄마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아이들끼리 독서모임 하는 게 어때요?”
책 모임에 관심이 많던 지인이라 흔쾌히 응했고,
그렇게 두 가족이 북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준비물은 오늘 읽을 책과 필기도구.
아이들에게는 조건을 걸었다.
“독서모임 잘 마치면 저녁은 다 같이 먹자!”
집을 나설 때는 한없이 느리던 아이들도
막상 나오면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니,
함께할 무언가가 있으면 더 신나게 참여할 것 같았다.
첫 모임의 풍경
독서모임이란 게 아직은 낯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을 앞에 두고,
내가 먼저 책을 읽어주었다.
그림책 모임에서 배운 대로
표지 읽기, 제목, 본문 읽기로 이어갔다.
읽고 난 뒤에는 아이들과 질문을 뽑아
이야기 나눔을 하고,
활동지가 익숙한 아이들을 위해
그림 그리기도 함께했다.
예상보다 훨씬 그럴싸하게 흘러간 첫 독서모임.
아이들의 집중한 표정이 어찌나 예쁘던지.
모임이 끝난 후,
그림책 모임 선생님들께 소식을 전했고,
또래 엄마들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진짜 내가 꿈꾸던 독서모임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선생님이 된 시간
초반에는
엄마들이 일종의 선생님이 되어 모임을 이끌었지만,
점차 아이들이 그날의 선생님 역할을 맡으며
주제도 정하고, 질문도 던지고, 대화도 주도하면서
그들만의 체계가 생겨났다.
아이들이 주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사랑스러웠다.
그 시간 동안 아빠들은 집에서 조용히 휴식을,
엄마들은 모처럼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으니
모두에게 이로운 시간이기도 했다.
추억으로 남길 소망
반년 넘는 시간 동안 진행해 온 이 모임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욕심내지 않으려 한다.
잠시라도 책으로 함께한 즐거운 기억이
아이들 마음에 남아 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