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방』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

by 시지프
가르생: 청동상......(그가 그것을 쓰다듬는다.) 그래, 이제 때가 됐군. 청동상이 여기 있고, 내가 그걸 바라보고 있고 난 내가 지옥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겠어. 당신들에게 말하지만 모든 것이 예견되어 있었어. 그들은 내가 이 벽난로 앞에서 손으로 이 청동상을 쥐고서 모든 시선을 받고 서 있을 걸 예견했던 거야. 나를 잡아먹는 이 모든 시선들을...... (그가 갑자기 뒤돌아선다.) 이런! 당신들 둘밖에 안 돼? 난 당신들이 훨씬 많은 줄 알았지 뭐야. (그가 웃는다.) 그러니까 이런 게 지옥인 거군. 정말 이럴 줄은 몰랐는데...... 당신들도 생각나지, 유황불, 장작불, 석회...... 아! 정말 웃기는군. 석쇠도 필요 없어,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
-장 폴 사르트르, "닫힌 방" -

'타인은 지옥이므로 혼자가 되자'라는 유치한 결말은 아니었다. 가르생이 마지막에 외친 "자, 다시 한 번 해볼까"는 우리가 타인이라는 지옥에서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와 별개로 이네스가 가르생에 대해 비겁자라고 몰아세우는 장면은 심장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움을 지녔다. 가르생의 수치심, 에스텔의 공허한 마음, 이네스의 상처받은 냉소 모두 공감가는 "인간의 마음"이라 더욱 공감가는 극본이었다.

가르생, 에스텔, 이네스가 가슴 속에 묻고 있던 이야기는 "인간"의 이야기였다. 우리는 타인에 실망할 때 그에게 인간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를 품어줄 수는 없는 걸까. 기쁨을 나누지 못함에 슬퍼하지 않고 슬픔을 나눌 수 있음에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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