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

베르테르와 알베르트의 논쟁 장면

by 시지프

[베르테르와 알베르트의 논쟁, 열린 책들 번역 - 내가 일부 편집]

알베르트: 이런! 이게 무슨 짓인가?


베르테르: 총알이 들어 있지 않다면서.


알베르트: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일세. 그 생각만 해도 혐오감이 치민다네.


베르테르: 자네들은 무슨 말만 하면 금방 “그것은 어리석다, 현명하다,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는데, 그래서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

자네들은 행동의 내적인 관계를 조사해 본 적이 있는가? 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을 확실하게 밝혀낼 수 있는가? 자네들이 정말 밝혀냈다면, 그렇듯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지 않을 걸세.


알베르트: 그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분명히 악덕한 행위가 있는 것은 사실일세. 이 점은 자네도 인정할 걸세.


베르테르: 하지만 이보게, 여기에도 몇 가지 예외가 있다네. 도둑질이 악덕인 것은 사실이네. 그러나 당장 굶어 죽을 지경에 처한 가족과 자신을 구하려고 도둑질에 나선 사람이 있다면, 동정을 받아야겠는가, 아니면 벌을 받아야겠는가? 부정을 저지른 아내 때문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 부정한 아내와 비열한 간부(姦夫)를 추단한 남편에게 누가 앞장서서 돌을 던지겠는가? 더없이 행복한 시간에 어쩔 수 없이 사랑의 환희에 도취한 아가씨에게는 또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지극히 냉철하게 따지고 드는 우리의 형법조차 정상을 참작하고 형벌을 유보할 걸세.


알베르트: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세. 정열에 휩싸인 사람은 모든 판단력을 상실한 상태이니, 술꾼이나 광인으로 보아야 마땅하네.


베르테르: 아아, 너희 이성적인 인간들이여! 정열! 취기! 광기! 자네들 도덕적인 인간들은 그렇듯 냉정하고 무심하게 서서, 술꾼을 탓하고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혐오하며, 그런 사람들 곁을 성직자처럼 스쳐 지나가고,(누가복음 10장 31절 참조)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해주셨다고 바리새인처럼 하느님께 감사드리네. 나는 한 번 이상 술에 취해 보았으며 내 정열은 광기에서 멀지 않았는데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네. 위대한 것,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실현시킨 비범한 이들이 옛날부터 어떻게 술꾼이나 정신병자로 몰렸는지 내 나름대로 깨달았기 때문일세.

그러나 평소에도 누군가가 조금만 뜻밖의 자유롭게 고매한 행위를 하면, “저 사람은 술 취했다, 저 사람은 미쳤다!”라고 등 뒤에서 외치는데,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일세. 너희 냉철한 인간들이여, 부끄러운 줄 알라! 너희 똑똑한 인간들이여, 부끄러운 줄 알라!


알베르트: 자네가 또 지나치게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걸세. 자네는 매사를 지나치게 과장한다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자살을 위대한 행위와 비교하는 것만큼은 확실히 잘못되었네. 자살은 나약함으로밖에는 볼 수 없기 때문일세. 고통스러운 삶은 꿋꿋하게 견디어 내기보다는 목숨을 끊는 편이 물론 더 쉽다네.


베르테르: 자네는 그것을 나약함이라고 말하는가? 이보게, 제발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게. 폭군의 멍에에 한숨짓던 백성들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마침내 우르르 들고일어나 쇠사슬을 끊어 버리는 경우, 자네는 그것을 나약하다고 이를 텐가? 자신의 집이 화염에 휩싸이자 너무 놀란 나머지 극도로 긴장하여, 평소에는 들지도 못하던 짐을 가볍게 나르는 사람, 또 모욕을 받고 분을 참을 수 없어서 여섯 명과 싸워 승리를 거두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나약하다고 부를 텐가? 이보게, 힘껏 노력하는 것이 강인함이라면, 크게 긴장하는 것은 어째서 그 반대란 말인가?


알베르트: 내 말에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게. 자네가 지금 말하는 사례들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네.


베르테르: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횡설수설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고 비난하는 소리를 벌써 여러 번 들었네. 그렇다면, 원래는 편안하게 느껴야 할 삶의 짐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기로 결심한 사람의 심정이 어떨지, 우리 한번 다른 방식으로 헤아려 보세. 우리가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을 때에만, 이 일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기 때문일세.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네. 인간은 원래 기쁨이나 슬픔이나 아픔을 어느 정도까지는 참아 낼 수 있지만, 도에 넘치는 경우에는 즉시 파멸에 이른다네. 그러니까 여기서 문제는 누군가가 강인하느냐 나약하느냐가 아니라, 도덕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의 정도를 과연 참아 낼 수 있느냐는 것일세. 악성 열병에 걸려 죽어 가는 사람을 겁쟁이라 부르는 것이 무례한 일이듯,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비겁하다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황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세.


알베르트: 그것은 역설일세! 그런 역설이 어디 있는가!


베르테르: 자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심한 역설은 아닐세. 어쩌다 몸이 심한 공격을 받아서, 기운도 소진하고 기능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경우가 있네. 요행히 병을 잘 이겨 내어서 상태가 급변하고 정산적인 생활 궤도를 뒤찾을 가능성이 없는 경우를 죽을병이라 부른다는 것을 아무 자네도 인정할 걸세.

그렇다면 이보게, 이것을 우리의 정신에 한번 적용해 보세. 주변의 영향에 크게 좌우되고 무슨 생각이든 쉽게 떨쳐 내지 못하면서 편협한 삶은 영위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마음의 평정을 상실하여 파멸에 이른 사람이 있네.

그런 경우엔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이 그 불행한 사람의 상태를 아무리 정확하게 파악하고, 아무리 간곡하게 설득해도 소용이 없네! 건강한 사람이 환자의 침대 옆에 서서 환자에게 자신의 힘을 조금도 불어넣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질세.

집안일을 돕고 매주 정해진 일을 하며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아온 얌전한 젊은 아가씨였네. 조금씩 장만해 둔 나들이웃으로 치장하고서 일요일에 가끔 비슷한 처지의 아가씨들과 어울려 교외를 산책하고, 어쩌다 성대한 축제가 벌어지면 한번씩 춤을 추고, 동네 싸움이나 얄궂은 소문에 대해 이웃집 여인과 몇 시간 신나게 수다를 떠는 것 말고는 인생의 다른 즐거움을 전혀 모르고 살았다네. 그러다 마침내 그 아가씨의 정열적인 본성이 은밀한 욕구를 느끼게 되고, 그 욕구는 남자들의 감언이설을 통해 더욱 부추겨지네. 지금까지 즐거웠던 이들은 서서히 시들해지고, 드디어 한 남자를 만나서 생전 처음 느끼는 감정에 깊이 휩쓸리네. 아가씨는 세상을 전부 잊고서 오로지 그 남자에게 모든 희망을 거네. 눈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귀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오직 그 남자 하나만을 느끼고 오직 그 남자 하나만을 갈구하네. 부질없는 허영심의 공허한 유희에 타락하지 않은 아가씨의 욕망은 곧바로 목적을 향해 나아가네. 그 남자의 여인이 되려 하고, 그동안 애타게 갈망하던 모든 기쁨을 일시에 즐기게 하려 하네. 모든 바람을 꼭 이루어 주겠다는 거듭된 약속과 욕망을 부추기는 대담함이 그 여인의 영혼을 완전히 휘감네. 여인은 몽롱한 정신으로 온갖 기쁨을 예감하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서 모든 소원을 부둥켜안으려고 마침내 두 팔을 활짝 펼친다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그녀를 버리고 떠난 버린 걸세. 여인은 넋이 나가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낭떠러지 앞에 서 있네. 세상이 온통 깜깜하고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으며 그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고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네! 나라는 존재를 느끼게 해주던 사람이 떠나 버렸기 때문일세. 그 아가씨에게는 눈앞에 놓인 넓은 세상도 보이지 않고, 잃어버린 것을 메워 줄 수 있을 많은 사람도 보이지 않네. 세상 전부로부터 외로이 혼자 버림받았다고 느끼네. 끔찍한 마음의 고통에 쫓겨 앞뒤 생각 없이, 사방을 뒤덮을 죽음 속에서 모든 고뇌를 종식시키려고 아래로 몸을 내던진다네. 이보게 알베르트, 이런 사연을 안은 사람들도 있다네! 그런데 이것이 질병의 경우가 아니라고 말할 텐가? 이리저리 뒤엉키고 서로 모순되는 힘들의 미로 속에서 천성이 벗어날 길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다네.

그 아가씨를 보고, “저런 어리석은 바보! 참고 기다렸더라면 시간이 해결해 주었을 텐데. 자츰 절망감도 가라앉고 위로해 줄 다른 사람이 나타났을 텐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한심한 인간일세. 그것은 바로 이렇게 말하는 것과도 같다네. “저런 어리석은 바보, 열병으로 죽다니! 차츰 기운이 돌아오고 혈액 상태가 좋아져서 혼란이 지나가길 기다렸더라면, 모든 게 좋아졌을텐데. 그랬더라면 지금도 살아 있을 텐데.”

이보게 친구, 그 사람도 사람일세.

정열이 사납게 날뛰고 인간성의 한계가 사람을 짓누르면, 설사 약간의 이성을 지니고 있다 할지라도 거의, 아니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네. 오히려……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세…….


베르테르[빌헬름에게]: 나는 모자를 집어 들며 말하였네. 아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네. 우리는 서로 이해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네. 이 세상에서 서로를 이해하기가 어찌 이리 어렵단 말인가.


‘낭만주의’라는 말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준 작품.

지루하다는 평이 많아서 읽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빠른 속도로 완독을 했는데, 몰입력 있는 괴테의 문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이 잦은 나는 베르테르가 혼란스러울 때마다 호메로스를 꺼내 읽었듯,

감성의 순수한 불꽃을 좇는 그를 볼 수 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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