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이면 Q이다'라는 명제의 반례는 'P이면서 Q가 아닌 어떤 개체'이다. 반례의 포착은 참이라고 생각되었던 명제의 진리치를 순식간에 바꿀 수 있다. 일상에서 어떤 관념은 명제의 형태로 발화되고, 명제의 형태로 학습된다. 사이비-명제는 괴리를 낳고, 반항을 부른다. 철학은 일상에서 은폐-전제된 사이비-명제를 개봉하여 그것의 거짓됨을 밝히는 학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윤리적 삶은, 사이비-명제의 '반례'로 사는 삶이다. 개인은 자유와 함께 세계에 던져졌고, 어떤 선택을 함으로써 세계에 참여하며, 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은폐된 사이비-명제가 작용할 때, 세계는 비-진리화의 경향으로 이끌어진다. 세계의 근원적 부조리에 반항하는 인간은 '반례-되기'를 실천하는 인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