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구도(求道)
한 아이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엄마랑 아빠는 왜 서로를 미워해?” 나는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미워한다고 답했다. 그 아이가 말했다. “그러면 내가 화해시킬 수는 없을까?” 나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어른들의 고집은 꺾을 수 없다고. 그 아이가 말했다. “왜 없는데?” 나는 답하지 못했다.
그 아이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었어야 해. 삶에는 내가 바꿀 수 없는 게 있었어. 어른의 마음도 그중 하나야.” 나는 그래도 이상(理想)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 아이가 말했다. “엄마 아빠 화해도 못 시키는데, 내가 이상은 왜 좇아야 하는데? 이상을 좇으면 현실이 바뀌어?” 나는 답하지 못했다.
그 아이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었어야 해. 삶에는 그래도 놓지 말아야 하는 게 있었어.” 나는 그래도 언제든지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법이라고, 우리 마음속 이상의 빛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그 아이가 말했다. “그런 건 헛소리야. 눈에 안 보이는 걸 믿을 수는 없어. 삶은 투쟁이고, 내 이상은 생존과 안정이야.” 그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그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었어야 해. 삶이 투쟁이라면, 나는 패배자야. 나는 살아남지 못할 거야. 현실을 봐. 나는 헛된 질문에 삶을 낭비했어.” 나는 투쟁의 과정에서 네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것들이 있을 거라고, 그것에 집중해서 삶의 빛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그가 말했다. “하!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나약해 빠진 소리잖아.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해서 거기서 빛이 나올 것 같아? 어둠을 계속 본다고 빛이 보일 것 같아?” 그는 괴물이 되었다.
그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었어야 해. 삶에는 빛이 있었어. 나는 죄인이야. 내가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을까. 내게 죽을 용기는 없지만 남은 건 찢긴 마음과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심연뿐이야.” 나는 모두가 죄인이면서 죄인이 아니라고, 네 찢긴 마음에서 나오는 빛을 찾고, 남이 말하는 빛을 따르지는 말라고 말했다. 그가 말했다. “내 마음에 빛이 있을 것 같아? 그럴 리가 없지. 내가 빛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럴 리가 없지.” 그는 신자(信者)가 되었다.
그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었어야 해. 세상 사람들에게는 빛이 없어. 빛을 가르쳐준다는 자들이 가장 위험해. 내게는 내 빛이 있고 우리 각자에게는 우리 각자의 빛이 있어.” 나는 그에게 너와 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쓴 글을 보라고 말했다. 그가 말했다. “영혼이란 게 있을까? 분열된 의식만 있는 게 아닐까? 철학은 쓸모없어. 사랑만이 내 잃어버린 반쪽을 채울 수 있을 거야” 그는 반항하는 방랑자가 되었다.
그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었어야 해. 영혼은 있어. 내 의식에는 변하지 않는 게 있어. 그 빛을 찾아야 해. 남에게서 내 잃어버린 반쪽을 구해서는 안 돼. 그게 엄마와 아빠가 서로를 미워한 이유였어.” 나는 드디어 그와 하나가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구도자(求道者)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