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이전까지는 약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은 지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최근에 먹은 약 위주로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제 경험에 따른 서술임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제가 브린텔릭스 처방의 가능 여부에 대해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릴 때, 약학정보원의 브린텔릭스 신약 평론에 근거하여 말씀드렸기 때문에 그를 기반으로 서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0. 현재 복용 중인 약
브린텔릭스, 애드피온 서방정, 필요시약(인데놀), 위장약(가나모티정)
1. 브린텔릭스 [SMS(Serotonin modulator and stimulator)] - 항우울제
인지 기능 개선 효능을 보이는, 다중적인 세로토닌 활성에 관여하는 약물입니다. 약학정보원의 신약 평론에 따르면, 주로 세로토닌 조절에 관여하지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히스타민, 아세틸콜린, GABA, 글루타메이트 시스템에서 신경전달의 조절에도 관여합니다.
이걸 처음 먹었을 때, 정말 세상이 맑아지고 머리와 몸이 가벼워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로토닌 계열 약물 특유의 나른해지는 느낌이 있는데 그 느낌이 났습니다. 부프로피온 약물인 웰정을 먹을 때 강박과 불안이 엄청 높았는데, 브린텔릭스를 먹고 많이 잡힌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헛구역질을 할 만큼의 구역감이 지속적으로 드는 등의 위장관계 부작용이 초반에 심했으나 몸이 적응되니깐 나름 살 만했습니다. 또, 인지 기능 개선을 도와준다고 잠을 깨는 약일 줄 알았는데 세로토닌 계열의 약이라 그런지 졸음도 약간 있었지만 커피로 나름 버틸 만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가나모티정이라는 위장약을 처방해주셨습니다.
약학정보원에서 부프로피온이 브린텔릭스 흡수를 억제해서 두 배 정도 남아있게 한다는 서술을 본 기억이 있는데, 아마 그래서 5mg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나는 것 같습니다. 또, 반감기가 60시간이 넘을 만큼 아주 길어서 약효가 떨어져서 고생한 기억은 없습니다.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부프로피온 성분의 약물입니다.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라는 책에 따르면, 도파민은 행복 물질로서 행복과 쾌감을 유도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노르에피네프린은 교감신경 반응의 특징인 fight or flight 반응과 관련하여 공포, 불안, 집중, 스트레스 반응에 주로 관여합니다. 부프로피온 성분의 약을 먹으면,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항진된 느낌이 들며 긴장이 많이 되어서 그런지 저는 숨이 막히는 느낌도 가끔 들었습니다.
이 약은 속효성 약인 웰정 100mg을 하루에 두 번 먹기 귀찮아서 150mg 하나로 먹겠다고 말해서 처방해주신 약입니다. 서방정이라서 그런지 약효가 떨어지는 느낌이 든 적은 거의 없습니다. 저한테는 장점이었는데, NDRI 계열의 약물을 먹으니 식욕이 감소하여 확실히 살이 많이 빠졌습니다. 많이 나갔을 때보다 10kg 정도 뺐으니깐요.
3. 웰정 [NDRI] - 항우울제
부프로피온 성분의 약물입니다. 속효성 약물이라, 카페인과 함께 먹었을 때 공황이 온 것처럼 숨을 쉬기 힘들고 엄청 긴장된 느낌이 든 적이 많았습니다. 사회공포증의 영향인 건지, 이 약을 먹었을 때 사람들 많은 곳이나 조금만 긴장될 상황이 있어도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얼게 되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효과가 빨라서 집중을 도와주는 데는 큰 도움을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침에 1일 100mg으로 복용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녁 즈음에는 우울하고 약효가 떨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속효성이라 그럴 수 있다고 말씀하셨고, 하루에 두 개를 먹는 방식으로 복용을 했으나 그게 귀찮아서 애드피온 서방정으로 교체하였습니다.
4.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계열의 약 [기억이 나지 않음] - 항우울제
아마 고3 때와 대학교 1학년 때 먹은 약이 SSRI 계열의 약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세로토닌 계열의 나른한 느낌을 주면서 기분 개선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만, SSRI 계열의 약물을 먹고 브레인 포그를 경험했고, 저는 그 느낌이 너무 싫었습니다. 물론 안 먹을 때보다 인지 기능이 낫지만, 예전에 비하면 70% 정도라고 느꼈습니다.
5. 아빌리파이
이것도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에 이 약을 찾아보고 조현병약인 걸 알아서 깜짝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약간 이 약이 한약의 감초처럼 주변 약물의 효능을 조절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절에 잠이 많이 왔고 살이 엄청 쪘으며 몸이 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6. 디아제팜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 - 항불안제
고3, 대학교 1학년, 올해까지 지속적으로든 간헐적으로든 계속 먹은 약입니다. 이 약은 효과 지속 시간이 아주 깁니다. 그래서 자기 전에 먹어도 하루 정도는 몽롱하고 피곤한 느낌이 있습니다. GABA 수용체에 결합하여 근육이완 효과를 내는데 잠도 잘 오고 안정 효과는 강력합니다. 다만, 이 약의 치명적인 단점이 제게는 긴 지속기간과 브레인 포그라고 느껴서 먹지 않는 중입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먹다가 안 먹었을 때 기분이 확 땅으로 떨어지는 느낌도 들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약입니다.
7. 인데놀 - 항불안제
이 약은 디아제팜만큼의 효과는 아니지만, 유효 시간도 길지 않고 딱히 브레인 포그 부작용도 없는 것 같으면서 제게 적절한 항불안 효과를 주어서 만족합니다. 정말 불안해서 잠을 못 자겠는 날에 필요시약으로 먹는 중입니다.
8. 가나모티정(항우울/불안제는 아니지만...) - 위장약
확실히 위장관계 부작용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었으나, 이게 세로토닌을 건드려서 잠이 쏟아지는 부작용이 있더군요. 그래서 필요시약처럼 먹으려고 합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 글을 보시는 우울증 환우분들께서 저랑 같은 신체 구조와 심리 상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 서술보다는 여러분의 느낌을 믿고 전문가분들과 상담하시는 걸 권합니다. 우울증에 적지 않은 고통을 느낀 한 개인으로서, 모든 우울증 환우분들께 응원을 건내고 싶습니다. 어떤 미약한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또, 우울증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고, 적절한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를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많은 의심과 회의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이 생각을 꼭 나누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