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오늘의 이야기(5)

나의 생일 이기철의 벚꽃 그늘에 앉아보렵

by 김영욱

4월 15일은 나의 생일이다.

온갖 봄꽃들이 활짝피는 시기에 나는 태어났다.


어릴때는 친구들이 다른 것으로 기억해 주었다.

'김일성 생일이잖아'

4월15일이 되면 텔레비젼 뉴스에서

'위대한 수령님 생신을 맞아......'로 시작하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친구들은 늘 그 이야기로 나를 놀리곤 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내 생일에는 그 말들이 먼저 떠올랐다.


나이가 들고 생일즈음에 친구들과 봄소풍을 다니기 시작하면 알았다,

내가 태어난 날은 일년 중 가장 눈부신 꽃들의 잔치가 열리는 시기이며

특히, 벚꽃나무 아래서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는 것을...


벚꽃 흩날리는 시기에 지인들과

돗자리 깔고 도시락 먹으며 잠시라도 모든 걱정을 잊고

그저 아이 마음으로 즐거움을 만끽했던 생일들이 생각난다.


코로나로 멈추었던 소풍을

올해는 다시 생일을 핑계삼아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이번엔 이기철의 [벚꽃그늘에 앉아보렴] 시를 친구들에게 낭송해주고 싶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어미 다 내려놓고

우리의 흐린삶이 노래가 되는 마법을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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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그늘에 앉아보렴

이 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럼처럼 하얗게 벚꽃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에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 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 <별까지는 가야한다.>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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