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오늘의 이야기(2)

엄마의 49재와 박목월의 <어머니의 언더라인>

by 김영욱

엄마의 49재를 지내고 돌아왔다.

엄마의 소풍이 끝나고 벌써 마흔 아홉날이 지났다.

불교에서 49재는 7일마다 7번의 재를 올리며 다음생을 기원하는 의례라고 한다.

종교적 의미를 떠나 우리에게 49재 다시한번 가족이 모여 고인을 생각하는 의미이다.

동생네 부부와 함께 엄마를 찾아뵙고 인사를 올렸다.


나는 나만의 애도방식으로 49일을 보냈다.

의식적으로 검은색 위주의 무채색 옷만을 입었으며 꼭 필요하지 않은 모임은 자제를 하였다.

하필 긴 목도리들 다 화려한 색상이라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찬 바람속에서도긴 목도리를 둘둘말고 다니지를 못했다.


10여년동안 요양원에 계셨던 엄마의 물건들은 천천히 정리를 한 덕분에 크게 번잡하지 않았다.

엄마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물건이 아니라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알려주신 것 같다.

병원에 입원한지 나흘만에 소풍을 끝내신 엄마의 모습은 돌아가셨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만큼 고왔다.


코로나가 끝나고도 요양원의 면회가 자유롭지 않았고

와상 환자인 엄마는 침대에 누워 면회실에 내려 오셨다.

남매뿐인 우리는 우리 부부와 남동생네 부부 4명이 2주에 한번씩 면회를 하기로 하였다.

번갈아 매주 찾아뵙는 것도 좋지만 함께 찾아뵙고 그 후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기로 하였다.


거의 3년동안 간혹 3명이기도 했지만 거의 4명이 2주에 한번 만났다.

서로 달라도 많이 다른 남동생도, 올케도 내 남편도 우리는 그 시간속에서 가까워졌다.

같이 밥을 먹는 다는 것은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거쳐 정말 식구가 되어갔다.


장례를 치른 뒤에 한달에 한번은 꼭 만나서 밥을 먹자고 약속하였다.

아버지도 가시고 이제 남매만 남았는데 이름뿐인 가족이 아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라는 엄마의 선물같았다.


사실 성향이 달라서 그리 살갑게 지내지 못한 모녀였는데

이렇게나 그리움이 깊을지도, 힘들지 몰랐다.

좋은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는다.


박목월의 언더라인을 읽으면서 엄마를 생각해 본다.


어머니의 언더라인

박목월


유품으로는

그것뿐이다.

붉은 언더라이이 그어진

우리 어머니의 성경책

가난과

인내와

기도로 일생을 보내신 어머니는

파주의 잔디를 덮고

힘드셨다.

오늘은 가배절(嘉俳節)

흐르는 달빛에 산천이 젖었는데

이 세상에 남기신

어머니의 유품은

그것뿐이다.

가죽으로 장정된

모서리마다 헐어버린

말씀의 책

어머니가 그으신

붉은 언더라인은

당신의 신앙을 위한 것이지만

오늘은

이순(耳順)의 아들을 깨우치고

당신을 통하여

지고하신 분을 뵙게 한다.

동양의 깊은 달밤에

더듬거리며 읽는

어머니의 붉은 언더라인

당신의 신앙이

지팡이가 되어 더듬거리며

따라 가는 길에

내 안에 울리는 어머니의 기도소리


-박목월시선집 (민음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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