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오늘의 이야기 (3)

나의 지나온 삶과 유안진의 자화상

by 김영욱

지하쳘도 무료가 아닌 나이에 삶을 이야기 하기는 어쩐지 조금 이른듯하지만 ~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멋진 삶은 모르겠지만 좋은 삶, 내가 원하는 삶은

그저 일상속에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다 웃게되는 순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다'라고 느끼는 순간

멋진 풍경을가만히 바라보는 그 순

이런 순간들이 존재한다면 충분하다.


나는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며 살아가고 있다.

습지와 하천의 생물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텃밭의 채소들로 식탁을 채우는 지금 소박한 나의 삶이 좋다.


이 지구에서 나는 아주 작은 존재일뿐이지만

그렇다고 나의 삶까지 작지는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의 곤충, 동식물 어떤 존재도 자신의 삶은 크고 소중한 것이니


예전보다 체력은 떨어지고

이런저런 잔병들이 나를 힘들게 해도

하늘을 올려다 보고 하천을 산책하고 들꽃을 예쁘다고 느끼는

여유가 있는 지금의 나의 삶이 좋다.


이 마음이 오늘의 나를 살게 한다.

작지만 작지않은 나의 삶을, 오늘도 사랑하며 흘러가 본다.


자화상

유안진


한 생애를 살다 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비와 이슬이 눈과 서리가 가움ㄹ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방중

뒤꼍 언 텃밭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부 ㄹ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 오 미펴볼 뿐 대책 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수록 새우 젓갈 맛 나듯이

때 얼룩에 절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 묻히고 더럽혀지며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멀리멀리 떠나갈수록

가습이 그득히 채워지는 것이다.

갈 데까지 갔다가는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만한 곳이며

떠돌고 흐르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는 흐르는 구름의 딸이요

떠도는 바람의 연인이라


- 시집 <나는 내가 낳는다> 시인생각,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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