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걸 알아주잖아..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자고!
블루보틀 앞을 정복한 대기줄은 사라질 줄을 모른다. 강남 쉑쉑버거 역시 그러하며, 모든 사람들이 감자튀김을 밀크쉐이크에 찍어 먹는다. 제주도의 연돈 돈가스 역시 전날밤부터 주차장에 텐트를 치며 기다린다. 현대사회의 트렌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한다. 핫플레이스라 불리우는 거리를 자주 걷다보면, 위치 별 가게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매주 사라지고, 새로 생기는 가게들을 보며, 기억하고 단골이 되는 것이 아닌 변화를 보며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편이 더욱 유익할 것이다.
과거에도 트렌드는 분명 존재했지만, 현대의 모습과는 꽤나 다르다. 현대의 트렌드는 더욱 빠른 속도를 가지며, 과거 한국시장 내에서의 현상이었던 것과 달리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떠오르는 문화를 접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더 이상 각 나라별 문화에 기반한 일시적 유행의 흥행이 아닌, 전 세계의 문화를 서로가 접하고 동시에 같이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트렌드화 시키는, 곧 세계무대 위의 트렌드로 바뀐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화는 의외로 개개인의 일상 속까지 깊이 침투한다.
이러한 현상 변화의 배경엔 통신기술과 미디어의 발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신문과 잡지, 연예인들의 모습에서 흐름을 바라볼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소셜 네트워킹과 국경을 넘나드는 예술문화의 공유 등 미디어의 발달은 흐름을 확장시키고 더욱 깊이 침투시킨다. 심지어 헐리웃 배우들이 마시는 커피와 사용하는 소품이 과거 선망의 대상이었다면, 미디어의 발달로 일반인들 역시 해당 문화를 공유하고 즐길 수 있으며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에 구애받지 않는다 함은 곧 전 계층을 아우르는 공감대와 통합을 이끌어낸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하나의 문화를 지배하고 국가의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기에 부족함이 없다.
“38년간 임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취업난 속 올해 청년층이 겪는 경제적 고통 역대 최고.”, “기업 내 세대갈등 못참는 MZ세대.. 퇴사자 10명중 8명”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트렌드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힘듦’이 바로 그러할 듯하다. 코로나를 제외하고 바라볼 때, 현재 가장 큰 화두는 갈등과 부동산이다. 세대갈등과 젠더갈등, 그리고 치솟는 집값. 청년들은 모아도 어짜피 사지 못할 집이기에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부모님과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와 한 마디 대화나누기도 무서우며, 한 마디를 꺼내더라도 혹여나 꼰대로 보이지 않을까 눈치를 보게 되는 시대라고 힘듦을 표출한다.
그렇다면 진정 이러한 ‘힘듦’이 현시대에 이르러 새롭게 생기게 된 ‘힘듦’일까. 영화 ‘베테랑’ 속 대사가 도움을 준다. “난 어렸을 때부터 올해 경기가 제일 힘들다는 소리를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들었어요.”. 취업난과 부동산문제, 물가문제 등 여러 사회적 문제 및 화두는 항상 존재해 왔으며, 사실 통계지표에 따라 달라 진정 지금 시대가 가장 힘든 시대라고 단정짓기엔 어려움이 있다. 새로이 수면위로 드러난 젠더와 세대갈등 역시 새로이 생긴 현상이 아닌 그간 존재해 온 어려움이다. 이러한 어려움들이 미디어의 발달로 트렌드와 같이 화제가 되고, 전국민이 인지하며, 힘듦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논의하여 정책이 나오게 되었다. 나의 의견표출이 현실세계 속 내 주변 사람들에게만 전해지는 과거와 달리, 미디어의 발달로 사소한 의견 하나도 전국민, 전세계로 퍼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현대사회이다.
분명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힘듦이 자유로운 의견표출과 미디어를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되어 그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긍정적 선순환임이 확실하다. 수면위로 드러나기 전까지 피해계층이 아니고선 그들이 어려워하고 피해 받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기에, 이러한 선순환을 통해 사회의 어려움이 해소되고 더욱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존에도 이슈가 된 힘듦이, 미디어의 영향으로 과장된 힘듦이 되어서는 안된다. 최근 돈을 모아도 이룰 수 있는 것이 없으며, 스스로 카푸어를 선택하거나, 과도한 명품의 구매 등 기존과 다른 낙담에서 발생한 소비현상에 대한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선동이 매우 쉬워졌고, 객관적 사실이 아닌 과장된 루머 역시 팽배하다. 루머는 사실이 아니지만 최소한 대중이 어떻게 바라보고 싶은 지에 대한 열망이 담겨있다. 표출이 자유로워진 사회에서 과거에 비해 힘듦의 표출이 증가함에 있어, 그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저 유행처럼 ‘힘들다는 말이 많이 나오니, 나는 역대 가장 불행한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열심히 살아도 어짜피 미래는 보이지 않아’ 라는 과장된 현실자각과 그로인한 인생의 판단이 과연 옳은 것 인가. 예컨데 군대에서 병사의 자살사건 및 불미스러운 사건이 공개될 때 마다, 국방부는 질책을 받고 사건을 계기로 복지를 늘리고 환경을 개선해 나간다. 최근 부식논란은 사실 크게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으며, 실제 자살사건은 자살시도만으로도 생각보다 흔하게 늘 있어왔던 문제지만, 수면위로 드러나 사회적 이슈가 되어서야 가장 진취적인 개선이 이루어진다.
미디어의 발달로 마치 트렌드처럼 힘듦이 공유된다. 힘듦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해결하기 위해 표출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엄청난 양의 사회적 힘듦을 바라보며 스스로 인생의 일부분을 일찍이 포기하거나 낙담하지 말아야한다. 오히려 이러한 힘듦이 사회 전반적으로 드러났으니, 힘듦 속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닌, 앞으로 해결되고 개선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는 희망을 가지고 맡은 바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사회구성원으로의 건강한 역할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