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로 두려움을 넘어 만난 세상
처음 며칠간은 이불속에 꽁꽁 숨어서 잤다. 혹시 내가 자는 사이에 콩순이가 내 손을 물어서 손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잘 때도 양말과 슬리퍼를 신고 긴 바지를 입었다. 혹시 불시에 내 다리를 물것만 같은 공포심은 내 몸을 꽁꽁 싸매게 만들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작은 말티푸 콩순이를 상대로 나는 완전 무장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극복해야 한다. 나는 강아지에 대한 책과 유튜브를 보며 공부했고, 두려움을 없애는 명상을 했다.
12만 년 전부터 인간과 공생한 개의 역사. 안내견, 인명구조견, 탐지견 등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수많은 강아지들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했다.
콩순이는 공부하는 내 옆에서 낮잠을 잤고 나도 한결 콩순이가 편해졌다.
공부는 어둠을 빛으로 변화시켰다. 어두운 지하창고에 숨어있던 먼지묵은 나의 트라우마는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넓은 스테이지 위로 올려졌다. 동굴 안에 처박혀 공포의 이름을 하고 나를 협박하던 괴물은 막상 빛을 내려쬐니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실체가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 이미 영양분과 물이 없어 말라 비틀어버린 쓰레기. 그게 나의 트라우마의 실체였다.
내 두려움은 형태 없는 것이었고 그 두려움은 나를 지배해 왔다.
그리고 나는 보이지 않는 두려움 때문에 현재의 행복을 잃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3주가 흘렀다. 콩순이와 나는 제법 친구가 되었다. 장갑과 양말, 긴바지를 벗었고 손에 간식을 놓고 훈련을 하며 놀았다. 언제부턴가는 곁에서 숨 쉬는 소리를 들으며 같이 잠들었다.
먼지묵은 공포가 있던 그 자리는 산뜻하고 따뜻한 봄 햇살이 자리 잡았다. 그렇게 나는 몇십 년간 묵혀놓은 트라우마를 벗어던졌다.
공포는 생각보다 볼품없고, 두려움 또한 생각보다 나약하다. 공포와 두려움을 벗겨내니 사랑만이 남아있었다.
몇 달 후, 나는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강아지를 입양했다. 비숑 번식장 철장에 갇혀 살다 임신한 채로 구조된 아이가 낳은 예쁜 천사이다.
그 천사는 지금 2살이 되어 내 옆에서 베스트프렌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얼마 전, 동생도 안락사 위기에 있던 예쁜 진도믹스 강아지를 입양해서 두 마리의 사랑스러운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이 주는 따뜻한 온기와 조건 없는 애정은,
한때 나를 얼어붙게 했던 모든 두려움을 녹여버렸다.
트라우마를 극복하자 나는 더 강해졌다. 나의 약점이었던 트라우마는 내 경계를 넓히는 큰 통로가 되어주었다. 두려움이 없었다면, 나는 멈춰 있었을 것이다.
공포는 나를 가두지만, 동시에 성장으로 건너가는 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려움이 있었기에 나는 뛰어넘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더 큰 세계를 만났다.
예전 나를 알던 친구들이 지금의 나를 본다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길에서 강아지만 봐도 울던 사람이,
이제는 강아지와 함께 살고 같이 걷고 뛰며 웃으며 걷고 있으니 말이다.
두려움이 없는 것이 용기가 아니다.
그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 용기인 것이다.
Courage is resistance to fear,
mastery of fear, not absence of fear.
-마크 트웨인-
두려움을 1분 참으면 용기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나의 공포는 나를 확장시켰고, 용기라는 선물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마침내 가장 두려워하던 대상과 마주했고 그 벽을 넘었다. 두려움의 부재가 아닌, 두려움에 맞서 싸우고 그것을 극복해 낸 경험. 이 작지만 위대한 승리가 바로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용기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어떤 두려움이
용기로 변할 준비를 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