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아지 공포증, 두려움이 삶을 가리다

사랑하지만 두려워했던 모순의 시간

by 장이엘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강아지를 무서워했다. 작은 몸집의 몰티즈가 반가워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모습에도 내 몸은 굳어버렸고, 심박수는 미친 듯이 뛰었다.


강아지의 쌀알만 한 작은 이빨은 내 상상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커져, 내 손을 잘라버릴 것만 같았다.


길 위의 평범한 순간조차 내게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강아지를 마주치면 발걸음을 멈추고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꼭 지나가야 하는 길이라면 사시나무 떨듯 떨며, 처음 보는 사람의 뒤에 몸을 숨겼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었지만, 생존의 위협 앞에서는 창피함 따위는 문제가되지 않았다.


나는 낯선 사람에게도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제가 강아지를 너무 무서워해서 그러는데요,

잠깐만 뒤에 서 있어도 될까요?”


집에 강아지가 놀러 오거나, 강아지가 있는 집에 초대받을 때는 곧장 소파 위로 올라갔다.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모습에 기겁하며 몸을 숨겨 도망 다녔다.


많은 사람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존재에게

공포를 느낀다는 사실은 내게 큰 불편함이자 열등감이었다.


나는 더 작아졌고, 더 움츠러들었다. 작은 두려움 같아 보였지만, 그 그림자는 내 삶 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강아지를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그들은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여행지에서 만난 강아지들을 카메라에 담곤 했다.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은 내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었다.


지금도 내 사진첩에는 전 세계에서 찍은 개와 고양이의 사진이 가득하다. 다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기에,

늘 멀리서만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피사체가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사랑은 두려움으로 바뀌었고 내 몸은 굳어버렸다. 좋아하면서도 무서워하는 모순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갇혀 살아야 했다.



그 모순의 뿌리는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에는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 동네 개들이 많았다. 어느 날 심부름을 가던 중, 제법 큰 개 한 마리가 나를 뒤쫓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아무도 없었고, 나는 할머니 집 방향으로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점점 커지며 내 등에 닿을 것만 같았다. 집 앞에 다다라 결국 발이 걸려 넘어졌고,

턱을 세게 찧으며 무릎은 까져 피가 나고 쓰라렸다.


그 순간, 개가 다가와 나를 핥았다. 뜨겁고 거친 혀, 얼굴 가까이에까지 닿는 거대한 숨결. 어린 내게 그것은 마치 괴물에게 잡혀 삼켜지는 듯한 공포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개는 단순한 공격자가 아니었다.

개 행동학에서는 이를 ‘Play Chase’라 부른다. 상대가 달리면 본능적으로 쫓는, 일종의 놀이 행동이다.

아마 그 개는 나와 함께 달리는 게 재미있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짖지도 않았고, 물지도 않았으며, 앞질러 막아서는 일도 없었다. 다가와 핥은 것도 호기심과 애정 어린

본능적 표현이었을 것이다.


곧 할머니가 나타나자 개는 조용히 사라졌다.

그러나 내 안에서는 이미 ‘죽음의 위협’으로 각인되었다. 실제의 의도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곧 공포의 본질이었다.


그 기억은 그대로 남아 트라우마로 굳어졌다. 그리고 나는 강아지를 사랑하면서도 무서워하는, 모순된 감정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채 살아야 했다.


엄마는 내게 슈퍼 히어로 같은 존재였다. 집에 가는 길에 강아지를 마주치면 나는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웃으며 마중 나와 내손을 잡아주었다.


아무리 큰 개가 앞에 있어도 엄마가 옆에 서 있는 순간 무섭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어느 날 조심스럽게 내게 제안을 했다.

“외삼촌이 유럽에 몇 주 가는데, 그동안 콩순이를 집에 데려와도 괜찮겠니?”

(콩순이는 외삼촌의 귀여운 말티푸이다.)


그 말은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내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엄마가 처음으로 내게 건넨 ‘용기의 초대’였다.

내 두려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내가 그것을 넘고 성장하도록 더 큰 세상으로 밀어주는 듯한 제안이었다.


강아지와 함께 지내다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거절할 수도 있었다. 언제나처럼 도망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내 안에서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까지 도망칠 거야?’


그 목소리에 나는 눈을 감고 내 마음에 귀 기울였다.

숨고, 피해 다니던 시간은 이제 끝내야 했다. 나는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꺼냈고, 트라우마와 직면하기로 결심했다.


며칠 후, 낯선 기척은 현관을 통해 들어왔다.

그 작은 존재와의 만남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