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

두려움의 메커니즘을 해체하다

by 장이엘

강아지와의 성공적인 화해 이후,

나는 문득 근본적인 질문 하나를 던지게 되었다.

"나는 왜 고양이는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 낯선 고양이가 길을 지나가도 심장이 뛰거나 몸이 굳는 일은 없었다.


그저 '예쁘다'거나 '도도하다'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강아지에게는 공포와 트라우마라는 강력한 프레임을 씌웠던 내가, 고양이에게는 전혀 다른 렌즈를 들이댔던 것이다.


이 질문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메커니즘을 해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강아지에 대한 나의 공포는

단순히 '짖는 소리'나 '이빨'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 나를 뒤쫓았던 개의 행동, 즉 '나의 영역을 침범하고, 나의 의사와 무관하게 나에게 다가오는 ‘그 통제 불가능한 '접근'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늘 수동적인 피해자였고, 공포는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응답이었다.


반면, 고양이는 달랐다. 고양이는 '독립'과 '거리 유지'의 상징이다. 그들은 인간에게 쉽게 복종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존중한다.


그들은 내게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했다. 나는 통제하려 들지 않아도 되는 그 거리감에서 오히려 절대적인 안전함을 느꼈다.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았던 것은 그들이 '나의 통제 영역'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통찰은 곧 내가 강아지 공포증을 극복했던 방식과 일치했다.


강아지 행동학을 공부하고, 콩순이의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은 결국 ‘통제 불가능성'을 '이해 가능성'으로 바꾸는 과정이었다.


내가 그들의 몸짓과 의도를 논리적으로 해독할 수 있게 되자, 그들은 더 이상 내 영역을 침범하는 맹수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패턴을 가진 존재로 바뀌었다.


이 깨달음은 강아지를 넘어 내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내가 낯선 사람이나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했던 것도, 결국 그들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승무원으로서 겪었던 예측 불가능한 비상 상황, 낯선 문화권에서 마주했던 이질적인 행동들 모두, 내가 이해의 거리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포로 다가왔던 것이다.


고양이가 스스로 거리를 둠으로써 안전을 확보했듯,

나도 지식과 이해라는 도구를 통해 두려움과의 적절한 거리를 만들 수 있음을 알았다.


결국 두려움의 대상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이었다.


나의 공포는 대상 자체가 아니라, 내가 그 대상을 통제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이제 나는 알았다. 더 많이 알고 이해할수록, 두려움도 줄어든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지식을 쌓고 용기를 내어 다가갈 때, 세상은 더 이상 도망칠 곳 없는 적의 영역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탐험해야 할 영역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전 05화5. 유기견 입양을 결심하기까지: 멈춤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