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실천하는 주도적인 선택
콩순이와의 동거가 끝나고 안녕하던 날,
나는 더 이상 이불속에 숨지 않았다.
눈물은 나지 않았지만, 가슴 한편에 텅 빈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것은 지난 3주 동안 내가 쏟아부었던
집중과 노력의 흔적이었고, 동시에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에 찾아온 상실감이었다.
불안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단순히 평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주도적인 삶'에 대한 강렬한 갈망이었다.
나는 수십 년 동안 두려움이라는 ‘방어'의 자세로 살아왔다. 이제 방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 감동적인 경험을 여기서 끝낸다면,
나의 극복은 일시적인 사건으로만 남을 터였다.
나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
나의 성장을 세상으로 확장하는 '주도적인 행동'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유기견 입양을 결심한 것은 바로 이 주도성의 발로였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에 맞서 이겨내는 힘'을 얻었다.
이제 나는 그 힘을 세상의 고통을 덜어주는 행동으로 전환해야 했다. 나의 극복이 오직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를 위한 것이 될 때, 비로소 나의 용기는 완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보호소 방문을 예약하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는 다시 한번 긴장했다. 수많은 큰 개들의 짖는 소리, 낯선 냄새, 그리고 철장 너머의 수많은 눈동자들.
과거의 공포가 섬광처럼 지나갔지만,
나는 곧바로 호흡에 집중하고 코어에 힘을 주었다.
나는 이제 도망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비숑 번식장 철창에 갇혀 살다가 임신한 채로 구조된 어미에게서 태어난 작은 아기 천사를 만났다.
어린 강아지의 작은 몸짓과 불안한 눈빛은,
어린 시절 공포 속에 갇혀 떨었던
나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나의 트라우마 극복이 이 작은 존재에게 따뜻한 집을 선물하는 것으로 완성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입양은 단순한 동물을 데려오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얻은 용기와 힘을 나누어,
세상의 고통과 연결되고 그 고통을 사랑으로 치유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입양을 진행하는 과정 역시 하나의 도전이었다.
복잡한 서류 절차, 그리고 심사 과정까지.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과정을 피하지 않고 묵묵히 통과했다.
나의 과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내가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으로 키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온전히 증명하고 싶었다.
나는 두려움을 넘어, 이제는 타인의 아픔까지도 돌볼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유기견을 입양한 것은 타인(혹은 타 생명체)에게
손을 내민 행위였지만, 궁극적으로는 과거의 나 자신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였다.
내가 나의 트라우마를 극복했듯,
이 작은 아이도 나의 사랑 안에서 세상의 모든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멈춤을 넘어선 나의 용기는 이제 '사랑'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발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