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강아지 콩순이의 언어, 나의 언어

말 없는 선생님과의 수업

by 장이엘


콩순이와의 동거 첫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길고도 짧았던 시간이었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공간을 공유했지만, 심리적으로 우리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외딴섬에 갇혀 있었다.


나는 이불속에 웅크린 채 숨소리조차 죽였고,

우리의 교감은 완전히 단절된, 평행선을 달리는 두 개의 생명체였다.


나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나는 지난날 나를 지켜줬던 논리와 통제의 방식을 트라우마 해결에 도입하기로 했다.

공포라는 감정적인 문제를 지식이라는 이성적인 무기로 해체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내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것은,

결국 그들의 언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미지의 것은 늘 공포를 낳는다.

그날부터 나는 '개 행동학(Canine Ethology)'

관련 서적과 다큐멘터리를 탐독하기 시작했다.


콩순이는 내게 말 없는 선생님이었고, 나는 그녀의 몸짓을 해독하려는 열성적인 학생이 되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던 존재를, 세상에서 가장 많이 알아야 하는 존재로 정의를 바꾼 것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콩순이의 꼬리 언어였다.


이전까지 내게 꼬리 흔들기는 '공격 직전의 흥분'

혹은 '다가와서 물겠다는 유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책을 통해 꼬리가 수평보다 낮게 느릿하게 흔들릴 때는 ‘불안함'과 '복종'의 표시이며,

높게 치켜들고 빠르게 흔들릴 때 비로소 '흥분'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콩순이의 하품과 입술 핥기(Lip Licking)라는

행동의 비밀도 알게 되었다. 이는 개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카밍 시그널(Calming Signal)'이었다.


콩순이는 낯선 환경에서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콩순이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하자, 콩순이도 나에게 안정감을 보냈다.

그것은 강아지와 인간의 교감이 아니라, 불완전한 존재들이 사랑을 이해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콩순이는 말 없는 선생님이었고, 나는 두려움 대신 이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운 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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