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의 목적
제멋대로 뻗어 나간
화분의 잔가지를 정리하려다 멈칫했다.
원예 가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손톱 정리용 쪽가위가 놓여 있었다.
가지를 자르기에는
너무 작고 연약했다.
서너 번 가위질을 해보았지만
끝내 잘리지 않았다.
괜히 가위 탓을 하며
손에 힘만 더 주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쪽가위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애초에
나무를 자르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까.
손톱 끝에 일어난 작은 거스러미,
옷감에 올라온 실밥 하나를
조용히 끊어내는 일.
그게 이 가위의 일이었을 것이다.
몇 번을 더 시도하다가
가위를 내려놓고
한동안 화분을 바라보았다.
쪽가위를
원래 있던 자리에 놓아두고
오늘 밤은
흐트러진 잔가지를 감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