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평가 사이, 강사의 한마디가 남긴 숙제
우리도 심포지엄을 열어봅시다.
한국 근대문학사와 작품들을 접하면서 심포지엄이라는 학술대회를 경험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나는 또다시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내려다봤다. 시선만 마주치지 않으면 무사히 넘어갈 거라는 기대도 잠시 발표자로 선정되면서 마음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싫다고 해, 못한다고 해, 핑계를 생각해 봐’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나를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상냥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저 발표자에서 빼주세요. 말 주변도 없고… 못해요”
말주변은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냥 하면 된다는 말이 응원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미 정해진 회원들 각자의 역할을 바꾸기란 싶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제를 정하고 글을 써야 했다. 시작부터가 어려웠다. 나는 논란이 많은 친일문학과 작가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광수의 <무정>을 읽으면서 친일작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포지엄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책을 읽고 자료 검색만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심포지엄을 시작하기 전,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고 각종 발표문과 자료를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강사의 사회로 심포지엄이 시작됐다. 첫 번째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쿵쿵 뛰는 심장 소리가 옆 사람에게 들릴까 봐 신경이 쓰였다. 몇 명 되지 않는 관객들의 표정을 살필 여유조차 없었다. 박수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오고서야 첫 발표가 끝났다는 걸 알았다.
강사의 피드백이 길게 이어졌다. 앞 순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내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떨리는 목소리를 꾹꾹 눌렀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터져 나오는 호흡과 말소리가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정신없이 준비한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다행히 실수는 하지 않았다. 수고했다는 박수소리에 안도감이 느껴졌다. 관객 한 명의 과도한 끄덕거림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강사의 피드백을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것처럼 두근거렸다.
“너무 어려운 주제를 선택했어요.”
“그 용기가 대단합니다.”
잘했다는 말대신에 용기가 대단하다고 말하는 의미는 뭘까. 나는 어김없이 말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쓰기 시작했다. 다음 차례인 발표자의 말소리는 내 귓전에서 맴돌 뿐이었다.
어려운 주제를 선택했다는 말은 무슨 의미였을까. 내 논리가 설득력이 없다는 표현이었을까? 분명 관객들의 표정은 진지했는데 말이다. 그 진지함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강사의 말이 응원을 가장한 평가로 들리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그 말의 진짜 의미는 아직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