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더위에 몸이 절로 고단해진다. 윈도우 사이드바에 배치된 기상예보 란을 보니 [34℃]라고 버젓이 쓰여 있었다. 오늘 최고 온도가 34도라고? 헛웃음이 난다.
밤낮 가리지 않고 후덥지근하게 흐르는 공기에 맥을 못 추는 건 사람 만이 아니다. 집안과 바깥의 짐승은 물론, 상온에서 잘 상하는 음식물들도 금세 시들시들해졌다. 빨리 해치워야겠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방으로 나와 오늘의 도시락 거리를 찾았다.
다져놓은 야채, 굴소스, 계란, 맛살, 해물 육전, 그리고 식은 밥....
야채랑 밥이랑 있으니 볶음밥을 해 먹을까 하다가도, 날이 더우니 영 당기지 않았다.
주먹밥을 할까.
어차피 간지 깨 된 야채니 야채는 볶아야겠고, 속이 될 맛살도 있으니 딱이다. 맛살 한 가닥은 주먹밥용으로, 나머지 하나는 계란이랑 같이 말면 반찬도 되고.
결심한 나는 주먹밥 틀과 도마를 꺼냈다. 손바닥만 한 작은 프라이팬에 야채와 굴소스를 섞어 볶고 계란물을 풀어 익힌다. 얇게 핀 계란이 조금 익었을 즘 끝을 조금 자른 맛살을 올려놓고 조심스레 말아보니 모양이 제법 사뜻하다.
만들어 둔 계란은 한 김 식혀두기 위해 내버려두고 볶아놓은 야채를 식은 밥과 잘 섞었다. 그러자 기름진 야채와 밥이 잘 어우러져 반짝반짝하게 윤이 난다. 잘 섞인 밥을 주먹밥 틀 바닥에 깔고, 하나 남은 맛살을 손으로 으깨 위에 쌓은 후 밥을 또 얹어 누른다. 이렇게 두 번을 반복하니 주먹밥이 세 개가 나왔다. 작아 보여도 밥 세 공기의 분량이었다.
각각의 통과 그릇에 주먹밥 하나, 맛살을 같이 만 계란말이, 해물전을 넣고 내 도시락 통에는 김치, 언니 도시락에는 방울토마토를 넣었다. 아, 주먹밥이 좀 싱거울 것을 염려해 후리카케도 좀 뿌려줬다.
다 만든 도시락 중 방울토마토가 든 것은 냉장고에, 나머지 것은 내 방으로 들고 와 때에 맞춰 도시락을 까먹었다. 음, 간이 잘 밴 맛살 주먹밥과 촉촉한 계란말이, 달달한 해물파전, 그리고 매콤한 김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