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수림 Jul 28. 2021

프리랜서의 도시락 10

게맛살 주먹밥 도시락

무더워지는 날씨가 사람을 곤하게 하는 요즘.


앉아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더위에 몸이 절로 고단해진다. 윈도우 사이드바에 배치된 기상예보 란을 보니 [34℃]라고 버젓이 쓰여 있었다. 오늘 최고 온도가 34도라고? 헛웃음이 난다.


밤낮 가리지 않고 후덥지근하게 흐르는 공기에 맥을 못 추는 건 사람 만이 아니다. 집안과 바깥의 짐승은 물론, 상온에서 잘 상하는 음식물들도 금세 시들시들해졌다. 빨리 해치워야겠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방으로 나와 오늘의 도시락 거리를 찾았다.


다져놓은 야채, 굴소스, 계란, 맛살, 해물 육전, 그리고 식은 밥....


야채랑 밥이랑 있으니 볶음밥을 해 먹을까 하다가도, 날이 더우니 영 당기지 않았다.


주먹밥을 할까.


어차피 간지 깨 된 야채니 야채는 볶아야겠고, 속이 될 맛살도 있으니 딱이다. 맛살 한 가닥은 주먹밥용으로, 나머지 하나는 계란이랑 같이 말면 반찬도 되고.



결심한 나는 주먹밥 틀과 도마를 꺼냈다. 손바닥만 한 작은 프라이팬에 야채와 굴소스를 섞어 볶고 계란물을 풀어 익힌다. 얇게 핀 계란이 조금 익었을 즘 끝을 조금 자른 맛살을 올려놓고 조심스레 말아보니 모양이 제법 사뜻하다.



만들어 둔 계란은 한 김 식혀두기 위해 내버려두고 볶아놓은 야채를 식은 밥과 잘 섞었다. 그러자 기름진 야채와 밥이 잘 어우러져 반짝반짝하게 윤이 난다. 잘 섞인 밥을 주먹밥 틀 바닥에 깔고, 하나 남은 맛살을 손으로 으깨 위에 쌓은 후 밥을 또 얹어 누른다. 이렇게 두 번을 반복하니 주먹밥이 세 개가 나왔다. 작아 보여도 밥 세 공기의 분량이었다.

 


각각의 통과 그릇에 주먹밥 하나, 맛살을 같이 만 계란말이, 해물전을 넣고 내 도시락 통에는 김치, 언니 도시락에는 방울토마토를 넣었다. 아, 주먹밥이 좀 싱거울 것을 염려해 후리카케도 좀 뿌려줬다.


다 만든 도시락 중 방울토마토가 든 것은 냉장고에, 나머지 것은 내 방으로 들고 와 때에 맞춰 도시락을 까먹었다. 음, 간이 잘 밴 맛살 주먹밥과 촉촉한 계란말이, 달달한 해물파전, 그리고 매콤한 김치까지.


오늘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작가의 이전글 프리랜서의 도시락 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