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몸을 움직여 발을 내딛자
사람들은 내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하면 잘 믿지 않는다. 심지어 심리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상담사 지인도 넌 우울증이 아니라고 내게 말했다.
나도 헷갈리곤 했다. 어찌 저찌 살아 가고, 뭔가 이뤄야 할 목표가 있으면 목을 매고서라도 그 목표에 집중한다. 사람들과 어울려야 할 때면 제법 잘 어울리는 듯도 싶다.
‘딱히 우울한 기분이 들지는 않아.‘ 우울증이 거의 다 나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들말대로, 난 우울증이 아니고, 엄살을 떨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또 다시 짧은 연애가 끝나고 나니 공허함, 외로움, 무기력함 등등 무거운 감정들이 내 속을 채웠다.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면, 심장을 누군가 두 손으로 꽉 감싸고 누르는 느낌이 든다.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다.
왜 나는 계속 이럴까. 시지프스 신화가 떠올랐다. 올려도 올려도 다시 떨어져 내리는 돌에 깔려 있는 건 아닐싸.
그렇지만 그래도 노력 중이다. 일년도 넘게 안하던 운동들을 다시 시작하고, 일기장을 사고, 책도 사고, 상담도 받고, 병원도 다시 다니고, 약도 매일 잘 챙겨 막기 시작했다.
이주 정도 된 것 같다. 여전히 우울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운동을 할 때에도 우울하고, 일기를 쓸 때도 우울하다. 나아지는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작은 희망과 안도감이 있다. 그래도 이렇개 하고 있으니 뭐라도, 좀 오래 걸리더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유치원생들이나 할 것 같은 숙제들을 스스로에게 주고, 미루고, 그러다 어느 날 아주 가끔은 숙제를 해낸다.
달라지겠지. 나 지금은 하나도 안 괜찮은데, 괜찮아 지겠지.
생각해 보면, 통제할 수 없는 불행, 희망의 부재 속에 나는 무너지는 것 같다. 아무것도 할 힘이 나지 않고, 땅으로 꺼져 가는 것 같고, 차라리 그렇게 땅으로 꺼지는 게 낫겠다 싶다.
지금은 통제가 어렵지만 가능한 작은 것들, 나의 작은 습관들을 바꿔 가며, 언젠가 이 우울에도 변화를 “내가” 가져오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잘하고 있다.
다시 한번, 몸을 움직여 우울의 굴레에서 발을 내딛어 보자.
나는 지금 아주 간절하고, 절실한 것 같다. 바로 실천도 어렵고, 잘 해내지도 못하고 있지만, 뭐라도 시작이라도 해보려 한다.
다시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