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폭발
나는 진지한 목적으로 소개팅 앱을 쓴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나 연애도 하다가, 결혼도 하고 싶다.
내가 쓰는 앱에는 인증하는 것들이 많아서 진지한 사람들도 제법 있으려니 생각한다. 그래서 그걸 믿고 해보고 있다.
그러나, 방심했다. 나는 너무나 취약한 사람이고, 이 앱은 너무나 나에게는 안정적이지 못한 환경이다.
매칭이 되어 약속을 잡고, 만나는 날이 되었다. 막상 나가려니 귀찮아졌다. 카톡을 조금만 해봤지만 뭔가 사람이 차가워 보인달까, 쎄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고민 끝에 억지로 몸을 끌고 나간 자리에, 생각보다 너무나 괜찮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그 사람은 내게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쉬지 않고 칭찬했고, 처음 본 자리지만 미래를 언급하기까지 했다. 이상했다. 내가 그 정도는 아닌데 왜 그러지. 경계를 하게 되기도 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이삼일 정도 그는 계속 나에게 반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그리고 거기까지였다. 나는 그 달콤한 말들에 속아 기대를 했고, 마음을 너무 빨리 열어버릴 뻔했다. 이미 어느 정도 열어버린 것 같다.
그 사람은 갑자기 태도가 변했고, 연락도 점점 잘 안되었다. 그 모든 과정이 내겐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저 사람 마음이 식은갈까. 내가 잘못했을 법한 것들을 떠올려 보고, 그 사람의 행동의 의미와 나에 대한 마음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생각해 보며 너무나 초조해졌다. 식사조차 할 수 없었고, 사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오랜만에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도망치고 싶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안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사람때문에 숨이 쉬어지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이 상황이 너무 싫고, 버거웠다.
그러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 관계에 종지부가 찍혔다. 허망하달까, 배신감이 든달까, 화가 난달까, 구멍 난 가슴이 너덜거리는 것 같은데, 울고 싶은데 눈물도 나지 않는 것 같고. 무슨 감정인지도 모르겠고. 굴욕적이고, 수치스럽기도 하고. 엉망진창이다.
그러나, 그래도 이렇게라도 끝이 났다는 것, 어떻게든 일주일을 살아가고 버텨냇다는 것에 감사하고, 스스로를 칭찬한다.
간사한 말들에 휩쓸릴만큼 내 내면이 얼마나 허한 상태였는지, 스스로에 대한 인정과 칭찬에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기도 하다.
물론, 잘 알지 못하고 막 처음 본 사람의 과도하고 과장된 사탕 발린 말들에 대해서도 더 경계를 해야겠다.
그리고 아무래도, 소개팅앱은 지워야겠다.
아니 사실 이미 지웠다.
당분간은 스스로를 더 아껴주고, 혼자 더 잘 지내는 법을 터득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어렵다는 걸 안다. 수도 없이 실패했다.
그렇지만 다시 한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