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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찾아온 공황발작이라는 이름

나 참 가지가지한다

by 정좋아

일주일을 불안과 우울에 빠져 산 송장처럼 보내고, 오늘 병원을 찾았다.


내가 느끼고 있는 증상들, 감정들을 체크하고, 의사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을 때, 지금 ‘공황발작’이 내게 찾아온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눈가가 뜨거워졌다. 나 지금 많이 힘든 게 맞구나. 스스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나 자신이 또 답답하고 싫었는데, 그냥 나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었구나 싶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스스로를 안타깝게 여기고, 미워하지 않을 이유가 생겨서였다.


한편, 가지가지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울증, adhd도 모자라서 이제 공황? 나 어떡하지 싶기도 했다.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의사인 본인이 지금의 이런 우울증을 끝까지 치료해 줄거고, 그렇게 되면 우울증으로 인해 겪는 여러 어려움들, 복합적인 문제들도 꼭 괜찮아질거라고. 그 말이 완전히 믿어지진 않았지만, 조금 안심이 됐다. 믿고 싶다.


지금까지의 어떤 일들도 내 잘못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다 잘한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선생님이 약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다가, 내 표정을 읽으신 건지, 하고 싶은 말이나 궁금한 게 있으면 더 말해도 된다고 하셨다. 하고 싶은 말도, 궁금한 것도 너무나 많은 것 같았지만, 뭐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뭐라도 도움되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급하게 한마디를 했다.


“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진심이었다. 솔직히 살고 싶은 마음도 잘 안 들고, 어떻게 살아야 사는 게 이렇게 안 힘들지, 내가 뭘 더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무섭고, 괴롭고, 그냥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선생님은 대답하셨다.

“지금도 이미 잘 살고 있어요”

“그리고 의사인 제가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줄거예요”


두번째 말은 솔직히 의심이 된다. 약물만으로 우울증이 나을 수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기질적으로 난 이런 사람인데 이게 달라질 수도 있나 싶다. 그래도 믿어 봐야지 뭐 별 수 있나. 그렇게 말이라도 해주셔서 감사하다.


일주일 동안, 도저히 지하철을 탈 수가 없어서 택시를 참 많이 탔는데 늘 마음이 불편했다. 나의 게으름, 사치스러움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도무지 지하철을 탈 수가 없었다. 그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근데 나름 생존 본능이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탄 하루가 있었다. 지하철이 도착해 문이 열렸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탈 수가 없었다.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냥 바닥에 털썩 앉아버렸다. 남들 시선이야 알게 뭐야. 내가 미치겠는데. 앉기라도 해야 마음이 좀 편해진 것 같았다.


또 어느 날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이 초조하고 불안해 반차를 내고 잠을 계속 잤다. 잠을 참 많이 잤다. 열두시간을 넘게 자도 잠이 쏟아졌다. 오후에 회사에 출근했을 때, 그날은 일이 없어서 자리에 앉아만 있는 것도 힘들고 하니 계속 화장실로 틈틈이 도망가 잠을 잤다. 그리고 퇴근 후 지하철을 타서도, 한시간 반 동안 자다가 내려야 할 곳을 한참 지나서야 내리고 당황을 했다. 태어나서 한번도 지하철에서 자본 적도 없고, 술에 취해도 지하철에서 잠을 못 자는 내가 이런 일을 경험하는 게 참 신기하고, 이상하고, 당황스럽고, 싫었다.


어찌됐든, 새로 바꾼 약을 먹으니 효과가 조금 있는 것 같다. 조금 졸리기는 하지만,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이나 숨이 쉬기힘듬 느낌은 확실히 줄었다.


일주일만에 오늘 요가를 다시 갔다. 뭐라도 해봐야지.


일주일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자연을 바라보며 차도 마시고, 요가도 실컷 하고, 그렇게 지내 보고 싶다.


그럴 여유는 나에게 허락되지 않지만 말이다. 정말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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