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떠날래
혼자만의 폭풍 속 전쟁을 한주간 보내고, 기어가듯 처절한 심정으로 주말에 정신과에 들러 지금의 내 상태에 대해 다시 한번 인지한 끝에, 결심했다. 저
조금만 쉬기로, 떠나기로.
발리가 참 가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지내고 싶었다. 특히, 요가를 하고 싶었다. 아니. 요가만 하고 싶었다. 발리 우붓에서, 자연 속에서 낯선이들과 낯선언어로, 요가를 하고 싶었다. 너무나 흥분되고,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지금의 내 상태로 내가 해외로 떠나게 되면 가족들도 너무나 걱정을 할 것 같았고, 나 스스로도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제주도행을 결정했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하루에 두세번 정도 요가를 하고, 쉬고, 차를 마시고.
그렇게 나흘 정도를 보내볼 생각이다. 막상 가려고 휴가를 올리고, 예약을 다 마치고 나니 불안한 마음도 든다. 이렇게 오래 회사를 비우는데, 윗 분들이 마음에 안 들어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제주라는 낯선 곳에서혼자 지내는 게 외롭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운전도 못하늠 내가 어쩔 줄 모르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래도 그 시간을 감사하게, 편안하게, 홀로 보내고 싶다. 애쓰지 않고 싶다.
넋이 나간 상태로 기어 가듯 출근해, 어쩌면 죽을 힘을 다해 그저 자리라도 지키려 애쓴 지난 한주를 떠올리면, 난 정말 이번 한주만은 쉬고 싶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만의 호흡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제주에서의 고독과 평화를 즐겨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