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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힐링여행 day2.part6

명상 싫고 요가 좋아

by 정좋아

숙소에서 진행되는 싱잉볼 명상 수업이 있어 참여했다. 이년전쯤 한번 요가학원에서 그런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기억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 기대가 됐다. 명상은 너무 어렵지만, 싱잉볼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명상이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때의 기억은 참 어렴풋한데, 한 분의 코 고는 소리만은 유난히 기억이 잘 난다.


뭐 아무튼, 나름 기대를 안고, 싱잉볼 수업에 임했다. 본 적도 없는 크고 다양한 싱잉볼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편안하게 쉬어야지. 기대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명상은 너무 어렵다. 바디 스캐닝?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내 몸 하나 하나 차근차근 집중해 보고, 그 다음에는 싱잉볼 소리에 집중을 하면된다고 한다. 다른 생각이 들어와도, 알아차리기를 반복하고, 다시 소리를 따라가면 된다고 한다.


음. 결과적으로 나는 명상을 거의 조금도 못한 것 같다. 소리를 따라간다거나, 다른 생각들을 비워낸 시간은 전체 수업 60분 중 도합 1분도 안될 것 같다.


나중에는 눈을 멀뚱멀뚱 뜨고, 옆 사람들이 신나게 코 고는 소리와 엄청난 성량을 자랑하는 싱잉볼의 울림 소리를 그저 배경 삼아 잡생각만 하고 있었다. 멈추려 해도 멈출 수 없었다. 그 순간 드는 생각들은. 스스로가 싫다는 생각돠 스스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 셍각을 알아차리고 멈춰야지 싶다가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또 답답하고 미웠다. 나는 내가 왜 이렇게 싫을까,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게 내게 나중에라도, 가능은 한 걸까? 이런 생각들을 알아차리고, 잠시 멈추고, 다시 비슷한 생각들에 휩싸이고, 이 과정을 수고 없이 반복하고, 그저 싱잉볼과 옆사람들의 코 고는 소리는 소음같을 뿐이었다. 얼른 그 자리를 뜨고 싶었다.


잠이 드는 시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코 고는 것도 어쩔 수는 없지만 짜증이 났다.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니 그 사람에게 반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성가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한시간이 지나고, 기다리던 빈야사 요가 시간이 이어졌다. 참 웃긴 게, 요가샘을 보자마자 그 샘이 참 멋져보였고, 나는 못나보였다. 분위기 있게 까무잡집하고, 긴 검은 머리에, 탄탄하고 늘씬한 몸. 전형적인 미인이고 아니고를 떠나, 사람에게서 뭔가 쿨하고 멋진, 이국적이기도 한 분위기가 풍겼다. 부러웠다. 나도 그런 분위기가 갖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선생님의 손가락을 보았는데, 결혼반지 혹은 커플링같음 것이 끼워져 있었다.


그 순간 든 나의 생각이, 내가 봐도 웃기고 안타깝다.


‘아 부럽다. 저렇게 멋진 사람이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누군가가 옆에 있어준구나.’


그리고 나는 그런 멋진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병이다. 뭐 그런 생각까지 혼자 하나. 내가 뭐 어때서. 근데도 그런 생각이 맘 깊은 곳에서 자꾸만 자리를 잡고,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다행히도 빈야사 수업이 시작되고, 몸을 움직이고, 몸에 집중을 하고, 동작에 집중을 하고, 숨도 가빠지니 그런 잡생각들이 사라져 갔다. 일시적으로는. 뭐 그래도, 잠깐이나마 마음이 편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요가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전화로 심리상담을 받았다. 최근에 내가 상당히 꾸준히 도움을 받고 있는 시간이다. 오늘 명상과 요가 시간에 느낀 감정들을 이야기하며, 나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1. 나는 나를 사랑하는 게 너무 어렵다는 것. 스스로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 여기에 대한 선생님의 답은 보통 일관된다. 스스로의 장점에 대해 억지로라도, 떠올리고, 글로 적어보라고.


사실 시도를 해봤었는데 지속이 잘 안된다. 내 장점이 떠오르는 것도 몇개 없다. 너무 구차하게 사소한 것들을 장점이라거나 스스로 잘한 일이라고 적어 보는 게 정말 내게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해봐야지 뭐 어쩌겠는가.


2. 명상이 너무 안되고, 어렵다는 것

=>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고 있고, 연습을 하다 보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3. 여행을 어떻게 해야할지,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는 것

=> 쉬러 온 여행이라면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자꾸 떠올리라고 해주셨다.


모든 답변들이 납득이 가면서도, 새롭지는 않지만, 참 실천은 어려운 것들인 것 같다. 그래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겠다.


다음의 명상은 조금 더 나아지길 기대해 본다. 언젠가는 나도 명상이 힘들지 않은 말이 오지 않을까.


외롭고, 다소 기분은 내려 앉고, 다음주의 출근은 벌써 두렵지만, 귤을 열심히 까먹고, ‘정년이’에 집중하며 밤을 보내보았다.


제주의 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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