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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힐링여행 day3.part1

아침 명상과 요가는 실패

by 정좋아

상쾌한 아침은 아니었다.


전날 싱잉볼 명상 때부터 ‘난 내가 마음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 들어’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밤 내내 기분이 울적했다. 밤에 숙소에서 전화로 받은 심리상담도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방법으로는 이해하지만, 실천도 어렵고, 뭐랄까 믿음이 안간달까, 기대가 안된달까.


공황 약을 먹어서 졸리고, 몽롱하지만 자기 싫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드라마 ‘정년이’를 새벽 두시까지 보다 잠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다. 명상도, 요가도 가지 못했다. 명상이야 가고 싶지 않긴했지만, 그래도 좀 하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지, 이때가 아니면 명상을 이렇게 꾸준히 해보겠나 싶어서 그래도 가보려고 했는데 참 아쉬웠다. 요가는 더할 나위 없이 아쉬웠다.


나는 뭐든 돈을 낸 후, 내 실수로 그 돈을 날리는 일은 정말 싫어한다. 그럴 땐 보통 엄청난 자기비하와 자책에 시달린다. 죄책감도 들고. ‘멍청해서 돈이나 날리고. 그 돈이면 뭐도 하고, 뭐도 할 수 있을텐데’하며 셈을 해보고, 땅을 친다.


이번엔 그러지 않으려 애썼다. 다시 셈을 했다. 요가랑 명상 몇번 빼먹어도 이번 여행은 뽕 뽑은 것 같다고, 이리저리 셈을 해보니 가선비 괜찮은 여행인 것 같다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 쉬러 온 건데 일곱시부터 명상을 매일 할 필요는 없지. (물론, 하면 더 좋을 것 같긴하지만…) 속은 쓰렸지만, 생각보다 스스로에게 화는 덜 났던 것 같다.


일단 조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 뜨자마자 후드를 뒤집어 입고, 사실은 눈을 거의 감은 채 식당으로 갔다.

웃기게도, 아침부터 입맛이 참 돌아서 반찬도 더 가져다 먹고, 배불리 싹싹 긁어 먹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스스로를 아껴주는 시간을 보냈다. 사실 별건 아니다. 내겐 대단한 거지만. 씻고, 머리를 말리고, 잠시 앉아 차를 마시고, 스킨케어를 하고, 립밤도 바르고. 이 시간이 내게 가능하다는 것도, 이 과정들이 이렇게 기분이 좋다는 것도 다시 한번 새삼 깨닫는다.


어디를 가야할 것만 같지만, 행선지도, 아니 나갈지 말지 조차 잘 모르겠지만 일단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깔끔하게 스스로를 가꾸었다. 무기력하게 씻지도, 며칠 입은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어지러워진 방 안에 누워 있는 건 지금만이라도, 그만하자고.


매일 이렇게 스스로와의 시간을 여유롭게, 상쾌하게 보내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같은 경험들이 좀 쌓이다 보면 나도 이런 것들을 루틴으로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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