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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힐링여행 day3.part2

뜻밖의 자전거 여행

by 정좋아

차를 마시며, 오늘 뭘할까 잠시 생각하다, 결심이 섰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야지.


제주도에 오기 전부터, 제주도에 가면 뭘 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 중 하나가 자전거를 타는 거였다. 어릴 때, 가족들이랑 제주도에서 자전거를 탄 기억이 있었는데, 그게 좋았던 것 같아서 욕심이 났다. 해안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건 안 좋을 수가 없지 않나. 사실 겁이 나기도 했다. 차에 치이면? 길을 잃으면? 자전거가 고장이 나면? 내가 넘어지면? 자전거를 도둑 맞으면? 별의 별 걱정이 다 들었다.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할 것도 없는걸.


자전거는 종달리라는 제주도 동쪽의 마을에서 빌렸다. 며칠간 강박적으로 이것 저것 알아보고, 동선도 좀 생각해 둔 덕에 결정이 편했다.


숙소에서 십분 정도 택시를 타고 종달리로 향했다. 택시 기사 아저씨가 여행 온 거냐며, 종달리에는 무슨 일로 가냐고 물으셨다. 자전거를 타러 간다고 하자 종달리에 자전거를 빌려 주는 데가 있냐며 놀라셨다. 아마 아저씨는 종달리에 ‘관광’할 만한 것들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그래서 그 마을이 더 궁금해졌다.


아저씨와 짧은 대화를 이어 갔다. 이날은 내 기분이 또 이상하게 좋아서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달가웠다. 아저씨의 따뜻한 인상과 말투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다, 이곳에서의 삶음 어떨지 궁금해졌다. 여쭤보고 싶었지만 망설이다 그만 두었다. 음. 너무 어려운 질문이고, 이상한 질문인 것 같다. 다른 곳에서의 삶을 모른다면, 이곳에서의 삶은 어떤 점이 특이한지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사는 게 비슷하기도 하고,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기도 하고, 그리고 몇 마디로 자신의 삶이 어떤지 표현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다.


그런 생각 끝에 금새 종달리에 도착했다. 아저씨가 여기 자전거 빌이는 곳 맞냐고 재차 물으셨다. 걱정이 깃든 목소리였다.

자전거 대여라고 적혀는 있지만, 자전거도 안 보인디고 이상하다고 하셨다. 나는 괜찮다며 내렸고, 인사를 한 후 마당(?)으로 들어섰다. 아무도 없었고, 전화번호만 적혀 있어서 살짝 당황했다. 그래도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자 주인 아저씨가 전화를 받으셨다. 그때 길가에서 기사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맞대요?” 걱정이 되셨는지, 가지 않고 기다리셨던 것 같다. “여기 맞대요! 감사합니다!” 대답하자 기사님은 그제서야 인사를 한 후 떠나셨다.


전화로 주인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계약서(?) 같은 것늘 쓰고, 요금을 입금하고, 자전거를 골랐다.


핑크색. 이게 눈에 들어왔다. 예쁜 핑크라고 생각했다.


막상 자전거를 빌리려니 욕심이 났다. 하루 종일 빌리는 것과 1박 빌리는 것 가격 차이가 5천원뿐이었다. 바로 네이버 지도를 켜보니 숙소와 자전거 대여점까지의 거리는 자전거로 25분. 다음날 충분히 돌아와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을 것 같단 자신감이 샘 솟았다. 과감하게 25,000원을 입금하고, 자전거를 챙겨 나왔다.


잘 부탁해. 다치지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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