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독서 중 열폭한 나, 대단해
어쩌다 보니 방콕을 하게 되었다.
비가 너무 오고, 대중교통 환경도 열악하니 움직일 수가 없다. 택시를 타고 어딘가를 가자니, 택시비는 아까운데, 택시비를 내면서까지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그래서 숙소를 좀 즐겨보기로 했다. 강렬한 빗소리의 소음은 좀 피할 겸, 숙소의 명상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직원분께 물어 보니 수업이 없어 명상실을 이용해도 된다고 했다.
넓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운치있는 이 공간이 나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혼자서 요가를 하려고 매트를 폈다. 여기서는 내가 주로 하던 아쉬탕가, 빈야사와는 조금 다르고, 힘듦의 강도가 비교적 낮은 요가들을 주로 진행해서 아쉬움이 조금 있었기에, 혼자라도 해보려 했다.
나는 아직 혼자서 플로우를 떠올리며 요가를 할 수는 없어서 좋아하는 요가 유튜버 영상을 핸드폰으로 틀어놓고 요가를 시작했다.
1분도 안돼서 포기했다. 넓은 공간에서, 문을 닫을 수는 없어서 열어놓고, 유튜브를 보면서 요가를 하는데 영 집중이 안됐다. 누가 갑자기 들어오면 어쩌나 하고 신경이 쓰였고, 핸드폰 화면은 너무 작아서 잘 보면서 하기도 어려웠다. 안 봐도 소리라도 제대로 들리면 어떻게 하겠는데,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다닐 수도 있는데 그곳에서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고 들으몀서 요가를 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냥 포기하고, 롤러를 허리 아래에 깔고 누워 책을 폈다. 허리는 참 시원했고, 책도 재미있었다. 종달리의 작은 서점에서 산 박상영 작가의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이라는 에세이였다. 짧은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내 웃다가도, 눈물이 맺히곤 했다. 그러다 갑자기 책을 그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국내 최고 로펌의 변호사”, “권위있는 상의 수상” 이런 단어들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아주 짧은 내용이었고, 작가를 비롯해 그의 친구들이 고생 끝에 ‘성공’을 이루었다는 이야기였다. 멋진 이야기이지만, 난 그게 불편했다.
나는 ’휴식‘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 이 책을 펼쳤고, 지금 내게 가장 간절한 건 정말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이다. 그런데 “서울대”, “모두가 알만한 대형 로펌”, “성공” 이런 단어들을 보는 순간 나는 또 열등감에 사로잡혀버렸다. 서울대에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고, 별로 시도 조차하지 않았지만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되어보고 싶었고, 남들이 인정하는 “성공”이란 걸 거두고 싶었다.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성공’의 의미를 다시 세우려 노력 중인 나로서 고생하고, 노력하던 친구들이 이렇게 다 잘 되었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다. 죽을만큼 노력해도 안되는 것들이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를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되니까.
다시 또 우울의 늪에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