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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힐링여행 day5.part6

제주의 버스

by 정좋아

자전거를 반납하고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이제는 공항 쪽으로 가는 거라서 노선도 비교적 많아 버스를 타고서도 충분히 갈 수가 있었다.


운이 좋게도 정유장에 들어서자마자 내가 타면 되는 버스가 바로 도착했다. 325번.


오른편 맨 앞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버스 맨앞 창에 326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는 게 들어왔다. 당황해서 기사님께 이 버스 325번이 맞냐고 물었다. 맞다고, 자기가 저걸 안 가려뒀다고 하셨다. 안심을 하고 지도를 보는데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때마침 기사님이 말씀을 거셨다.

“근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저 공항 쪽이요. 반대로 탄 것 같아요..!”

“그치? 그런 것 같더라고. 이 다음역에서 내려서 반대로 타요.“


일찍 알아차린 게 다행이다 생각하며 내려서 길을 건너 정류장으로 다시 갔다. 이상했다.

도착 예정 버스 목록에 내가 탈 버스가 없었다. 40분 뒤에 도착하는 버스도 나오면서, 내가 타는 버스는 저기에 없다니. 뭐가 어떻게 된건지 정류장 의자에 앉아서 생각을 해봤지만 잘 모르겠고, 좀 기다려보다 안되면 택시를 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캐리어를 들고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말을 걸어서 물어볼까 했으나 모두 중국인이어서 포기했다. 하지만 왜인지 다들 공항쪽으로 가려는 것 같아서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갑자기 목록에 325번이 도착 5분 전이라며 목록에 떴다. 깊은 안도감을 느끼고, 돈 굳었다고 기뻐하며 버스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기다리던 버스에 올라 또 오른쪽 맨 앞 자리에 앉았다. 80분을 가야 했다. 창 밖을 보며 가면 시간이 잘 갈거리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잠깐이었다.

또 뭔가가 불편했다. 뭐때문인지 모르겠어서 이것 저것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기사님이 신경쓰였다. 나와 꽤 가까운 거리에 있었는데, 뭔가 짜증이 많은 분 같았다. 그 뿐 아니라 목적지에서 정확히 내려야 한다는 생각과 긴 시간 동안 버스 안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내겐 좀 부담이었던 것 같다.


다시 노트를 꺼내 뭔가를 막 끄적였다. 시간이 나름 잘 갔던 것 같다. 이땐 뭘 적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기사님에 대해 좀 썼던 것 같다. 승객들한테 짜증을 내고, 퉁명스럽게 대하는 모습들이 자꾸 보였다.


“캐리어 치워!“ 갑자기 뒤를 보며 소리를 치셨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사실 누구에게 얘기를 하는 건지, 캐리어기 어디에 있는 건지 잘 모르겠었다.

기사님은 몇번을 더 소리치다가 원하는 대로 캐리어를 승객이 치우지 않았는지, 기사 부스의 문을 신경질적으로 열고 나와 “캐리어 치우라고! 승객들 못 지나간다고!“ 소리치셨다.


너무 신경질적인 것 같아서 싫었다. 그리고 이상했다. 승객들이 못 지나갈까봐 걱정하는만큼 승객을 생각하면, 좀 더 친절하게 승객을 대하면 안되나? 승객이 못 지나갈까봐 걱정이 돼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자기의 규칙 혹은 기준에 거스르는 행동에 화를 내는 것 같았다.


저 기사님도 나름의 사정이 있으시겠지 생각해 보려했다. 나처럼 우울할 수도 있고, 무슨 일이 있는 걸 수도 있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기를 어떻게 바라겠냐만은, 여행을 하며 친절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작은 친절 하나가 사람을 참 기쁘게 하는데 참 아쉽다 싶었다. 욕심이겠지만.


버스나 지하철을 반대로 타고, 목적지를 놓치거나 그 전에서 내리는 일들이 내게는 자주 있는 일이다. 그래서 목적지 근처에서부터는 신경을 곤두 세우고, 안내 방송과 정류장 팻말에 집중했다. 왜냐면, 여기서 실수를 해서 일정이 늦어지면 예약해둔 원데에 클래스에 늦을 수도 있고, 또는 비행기 탑승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으니까.


그렇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다, 다행히도 목적지에 잘 내렸다. 노형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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