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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생각part.2

by 정좋아

힘든 때 일 수록, 멀리 있는 것들을 생각하지 말고, 가까운 것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에만 집중하기로 나는 결심을 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혼에 대한 관심과 강박을 많이 내려 놓았고, 마음이 많이 편해진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내 짝 찾기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 있고, 그런 생각을 하면 초조하긴 하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내 노력에 찬 물을 자꾸만 끼얹는 친구가 있다. 친구라고 해야 하는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 소개팅 앱에서 만난 사람으로 받은 상처,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과 불안, 그리고 공황, 그 이후 연애나 결혼에 대해 내려 놓기로 한 내 결심에 대해 다 아는 친구다.


이 친구는 전부터 자신의 불안, 분노, 후회 등 부정적인 감정이 있으면 계속 말로 풀어야 하는 성격인 것 같은데, 최근엔 그 대상이 나였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거니와, 위로해주고 응원해주고 해도 소용이 없고, 자꾸 되풀이된다. 이 친구는 특히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하는데, 한번은 참다 못해 걱정이 지나친 것 같다고 하자 자기는 걱정 하나도 안된다고, 잘될거라고 하면 되는데 그렇게 말 하지 않는 나를 오히려 탓했다. 그리고 정작 내가 위로와 지지가 필요할 때는 나를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는 말로 내 속을 더 후벼팠다. 최근에 공황 발작 상태에 이르렀을 때, 그 순간에도 그랬다. 그 일로 나는 지금까지 상처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 놓고, 화도 냈다. 친구는 내가 걱정되어서 그런 거였다고 사과(?)를 했고, 나는 친구를 잃는 게 싫어서 잘 마무리 했다.


그러자마자 바로 이 친구는 내게 다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 반응은 신걍쓰지도 않고, 카톡을 한 무더기 보내 놓는다.


내 최근의 상황과 상태에 대해 알면서도, 내가 자기를 위로 해주길 바라는 건가 싶어서 당환스럽고, 또 한번 실망했다. 이쯤되니 감정쓰레기통이란 말이 떠올랐다. 저 친구는 자기가 마음이 안 좋으니 어떻게든 해소하려고 나한테 얘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힘드니까 그러뎄거니. 하지만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카톡을 한무더기 보내왔다. 또 결혼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년 안에 결혼 안하면 인생 망하는 거도, 본인의 지금 일년은 돈으로 치면 수백억의 가치에 달한다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꽤나 상한다. 나도 결혼에 조급했지만 상처 받아서 조급해 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라는 걸 알고, 최근에 많이 힘들었던 것도 아는데, 자기는 너무 조급하다고 이야기한다.


뭐 어쩌란거지.


나와 이 친구는 동갑인데, 어린 것까진 아니지만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이제 막 30대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자꾸 30대 초반에 결혼 안하면 여자는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현실이라고 나에게 얘기한다. 그게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확실히 부정할 수도 없다.


이 친구는 집안도 엄청 나고, 본인 직업도 좋아서 나보다 눈도 더 높고, 실제로 소개팅이나 선을 볼 때도 엄청난 스펙의 사람들만 만난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열등감도 올라온다. 무슨 드라마 속 어나더 레벨의 세계같다.


나름대로 조급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다시 조급해지고, 마음이 또 불편해졌다.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건지, 내 입장에서 생각해서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이 친구는 나를 참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그렇다. 조건이 엄청나서 돋 좋은 조건의 남자와 바램대로 1년 안에 결혼하지 않을까.


아 몰라. 나는 일단 혼자서도 잘 사는 법을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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